# 피의자 박 씨 구속기소
21일 수원지검 여주지청이 고 최진실씨의 유골함을 훔친 혐의로 41살 박 모 씨를 구속했습니다. 병역비리 취재의 폭풍 속에서 강남서에서 양평서까지 땀 흘리며 취재했던 고 최진실씨 유골함 도난 사건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 발견
15일 신고 당일 고 최진실씨 묘역 앞엔 소주병이 나뒹굴고 꽃이 내던져져 있고, 봉안묘의 일부가 훼손되어 있었죠. 앞을 가려놓은 석판을 치우자 깨진 부분이 보였습니다.
처음엔 사건 발생이 14일 밤에서 15일 새벽으로 잡고 있었으니, 이때는 최 씨 봉안묘 CCTV도 고장이었고, 밤에는 공원 관리인도 쉬고, 누가 들어간다고 특별히 막을 사람도 없으니 목격자고 없고, 공원으로 통하는 지방도 CCTV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는데다, 양평에서 차량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CCTV는 6번 국도에만 설치돼있지, 차로 정문을 통해 들어갔는지, 산책로를 타고 걸어 올라왔는지, 어려움도 많고, 예상 방법도 너무 많았습니다.
공원 측도 답답하니 최 씨 봉안묘 위치를 묻는 전화가 수차례 왔다는 등 이런 저런 말을 꺼내놓았지만, 결국 의문만 남길 뿐이었죠. 그나마 나뒹굴고 있었던 소주병. 이것에 사람들은 희망을 걸고 있었습니다.
# 최진실 씨 찾아가면 장사가 잘돼서...
그 소주병의 지문 감식결과, 아니 감식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40살 권 모 씨 등이 놓고 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최 씨 사건을 다루다가 소주병 얘기가 나오니, 병을 놓고 간 권 씨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죠.
새벽 4시 반에 경찰서로 전화를 건 권 씨 등 세 명은 단순한 최 씨 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큰 식당을 하는 사람들인데, 전에도 꼭 새벽 2시쯤 수차례 최 씨 묘를 찾았었습니다. 도대체 새벽에 뭐하는 건가는 생각이 드시겠지만, 이분들은 이곳을 들렀다 가면 장사가 잘돼서 그랬답니다. 어쨌든 수사는 다시 난항이었죠. 최 씨 스토커도 혐의점이 없었으니까요.
# 공개수배
답답해진 경찰은 확보한 CCTV 화면을 내놓으면서, 공개수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사건 발생은 4일 밤 10시쯤이라고 발표했고요. 처음 신고는 정말 '뒤늦은' 발견이었습니다.
경찰은 두 차례에 걸쳐 CCTV 화면을 공개하면서, 나중에는 사례금까지 걸고 공개수배에 나섰습니다. 이것 밖에는 빠르게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 도대체 누구야?
용의자가 어떤 사람일 거라는 말도 무수히 돌았습니다. "스토커다. 공원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을 했던 사람일 것이다. 전문 유골 절도범이다. 등등 "
심지어는 시신에 대해 욕정을 느끼는 엽기적인 성도착 증세를 가진 네크로필리아라는 가능성까지도 제기됐습니다.
# 돈 달라는 협박범도 등장
사건팀 회식을 하고 있던 가운데, 고 최진실 씨 유골함을 훔친 용의자 하나를 서울 상계동에서 잡았다는 취재가 됐습니다. 속보자막으로 처리하려다 너무 쉽게 풀이 될 듯 한 내부의 판단으로 야근을 하던 하대석 선배에게 토스하고 집에 가서도 자정까지 계속 취재를 했습니다. 결국 하 선배 이름으로 나이트라인 단독기사가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돈을 노린 40대 협박범이었지요.
# 제보, 신고 이어져
방송이 나간 뒤, 많은 신고가 들어왔지만 막대기 잘 휘두르는 것 보니 테니스 선수다 같은 어이없는 제보도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그 가운데 유력한 20여건에 대해 수사대를 급파해 확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대구, 목포 같이 멀리 떨어진 곳의 제보들은 관할서에 공조 수사 요청도 했습니다.
동시에 60여만 건의 통신기록을 인부 72명과 동종 전과자 325명 중심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분석에는 최소 인원을 두고 제보 확인에 총력을 가했습니다.
# 용의자 검거!
아침 출근길, 드디어 용의자를 잡았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취재, 확인을 빠르게 거쳐서 속보 자막으로 1보를 칠 수 있었습니다. 대구에서 잡힌 박 씨는 자신에게 신 내림이 내렸고, 그런 상황에서 고 최진실씨가 묘가 답답하다며 자신을 꺼내달라고 해 범행했다고 끊임없이 주장했습니다. 결국 그는 구속됐고, 검찰에서도 구속기소 됐습니다.
# 도대체 왜?
왜 범행을 했는지. 이것이 저에게 남겨진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연예뉴스에 관심이 별로 없는 보도국 분위기에선 기사는 낼 수 없었지만, 조금 취재를 했었지요. 주변 탐문 조사결과 박 씨는 몇 년 전부터 집에서 조상신과 같은 신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작년 11월에 신 내림 굿을 한 것도 사실이었고요. 전과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목적이 돈에 있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점집을 하는 사람들, 무속인들이 유명세를 타면 엄청나게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을 그가 접했던 정황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경찰은 그가 약간 정신이 이상한 척 하면 형량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는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가끔씩은 정신 이상적 징후를 보이는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치밀한 듯 했다가 정말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을 계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정신 이상적 징후였죠. 이는 싸이코패스 같은 정신 이상적 범죄자들의 습관 같은 것이라고 경찰은 말했습니다.
별 성과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인데, 경찰은 박 씨를 잡은 뒤 대구 박씨집 가까이에 있는 친척이 한다는 절을 수사했습니다. 이쪽에서 이용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는 거죠. 결국 돈을 목적으로요. 하지만 결국 둘 사이의 연결고리는 찾지 못했고, 박 씨가 단순히 이들을 보고 "유명세를 타면 돈을 벌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최 씨 유골함을 훔친 다음에, 다들 못 찾을 때 이것이 어디 있다고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냐는 게 경찰의 결론이었습니다.
무속인들에게 물어보니, 신 내림을 받으면 저런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의 묘를 판다거나 훼손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행동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중요한 건 정신이상 검사이었지만, 경찰에서는 하지 않기로 결정이 났었습니다.
검찰에 송치한 뒤에 검찰에서 실시한다는 거였는데요. 어제 구속 기소되면서 확인해 보니 대검찰청의 정신분석 결과 박 씨는 정신 이상이 없었습니다. 또 정신이상 치료 병력도 없고, 치밀한 범행 준비와 범행 은폐 등도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결국 그에게도 '돈'이 목적이었던 걸까요?
# 편히 잠들길
고 최진실 씨의 유골함은 다시 도난 사건이 이뤄졌었던 같은 공원에 맡겨졌습니다. 최 씨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받자마자 이곳을 찾아 다시 맡겼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 번 사고가 난 집에 자기 자식 다시 맡기는 건 평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돌이켜 생각해보니, 자꾸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말고, 어서라도 빨리 딸의 자리를 잡아 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자주] 사회2부의 귀염둥이 김도균 기자는 2008년 SBS 보도국에 입사한 사건팀의 새내기 파워입니다. 항상 뜨거운 가슴으로 거친 현장과 호흡을 함께하고 싶다는 김 기자는 경기도 군포 연쇄살인 사건 등 대형사건.사고를 취재하며 날카롭고 현장성있는 기사를 보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