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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스티브 잡스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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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가 작년 10월이후 11달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습니다.

올 1월부터 병가에 들어갔던 잡스는 지난 9일 애플전시회에 등장해 새로운 아이팟 제품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카메라를 내장한 아이팟 나노외에 별다른 주목을 받은 제품은 없었습니다. 정작 대중의 이목을 끈 것은 스티브 자신이었습니다.

잡스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청바지에 검은 터틀넥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부쩍 수척해진 모습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잡스는 간이식 수술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며 장기기증운동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2005년 1월에는 췌장암 수술을 받은 뒤 복귀해서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은 아이폰을 만들어냈던 스티브, 이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나올 것인가 지켜보게 됩니다.

스티브는 신제품 개발에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애플에 이어 아직도 매니아의 사랑을 받는 매킨토시와 아이팟, 아이폰, 아이튠스를 만들어 내,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코드를 창조한 인물입니다.

그는 신제품을 발표할 때 반드시 직접 나서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청중을 휘어잡는 능란한 프리젠테이션도 그의 특장가운데 하나이지요.

그를 보면서 늘 생각하곤 합니다. 우리나라엔 왜 저런 기업가가 없을까?

창조적 아이디어가 넘치고 정열적인 기업가.

한국이라고 해서 그런 기업인이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대중에게 알려진 기업인 중에  그런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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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의 신제품 발표 때 CEO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는 얘기는 과문한 탓이겠지만 들어본 적이 업습니다. 대다수 신제품 발표회에는 젊은 여성 모델이 등장할 뿐이지요.

또 사업방향을 제시하는 IR이나 주요 발표 때도 기업 책임자가 직접 나서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게 사실입니다. 대부분 담당 실무임원-한국기업의 임원이 실무자인지 정책결정자인지 헷갈리는 게 현실입니다만-이 나오지요.

왜 그럴까요?

원인을 찾자면 여러 가지 방면에서 지적할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성장과정의 차이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청소년이 주차장에서 무언가 만들어보겠다고 뚝딱거렸다간 당장 혼찌검이 나겠지요. 한국의 젊은이들이 창조적인 생각을 키워나가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대학이나 기업에선 어떨까요?

직접 겪어보진 못했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별반 나을 것도 없습니다. 엄격한 상하관계 속에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속담이 들어맞는 것이 한국사회이지요.

요즘 많이 드러난 바로는 대학에서도 교수들이 대학원생의 연구를 자신의 것으로 발표하는 예가 적지 않은 데, 그래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도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니, 내놓고 싶지 않겠지요. 연구를 부단히 거듭해야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나올 텐데, 사고가 중간에 멈춰버리니 무슨 발전이 있겠습니까?

기업은 어떨까요?

얼마 전 일본의 기업풍토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기업들에 이른바 전문경영진이 자리를 잡으면서 진취성이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신입사원들 가운데는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조직문화에서 튀는 생각을 가진 사람, 분위기에 맞춰 수그러들 줄 모르는 사람은 자의반 타의반 떨어져나가고, 시키는 일을 잘하는 사람, 부서 간 이해관계 조정을 잘 하는 사람이 사장이 된다. 그러니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업을 펼치지 못하게 되고 이런 현상이 결국 일본 경제 침체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입니다.

한국 기업은 다를까요?

물론 전문경영인 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창의적인 사람이 살아남지 못하는 분위기가 문제겠지요. 한국사회는 인물을 키우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정치인들도 인물을 키우는 데 인색하고, 뜻이 다르면 흠을 잡아 매장시키지 못해 안달입니다. 기업도 인재제일이라는 구호는 있지만, 정작 얼마나 인재를 키우고 있는지는 기업에 근무하고 계시는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겠지요.

스티브 잡스가 최고의 모델도 아니고, 애플이 최고의 기업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하지만 그를 볼 때마다 우리도 새로운 산업, 새로운 문화의 획을 긋는 창조적인 인물 또는 기업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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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깊이있는 분석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은종 기자는 그동안 사회.국제 이슈와 경제 현장에서 오랫동안 현장취재와 데스크를 거치고 현재 SBS 보도국 특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뿜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일본의 정치.경제에 대한 식견으로 핵심을 짚어주는 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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