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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애자 - 뻔하지만 빛난다

애자 - 뻔하지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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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감독: 정기훈, 주연: 최강희, 김영애, 15세 관람가)

억척 엄마와 29살 먹도록 철들지 않는 망아지 같은 딸, 서로 쉽게 어울릴 수 없을 정도로 개성 강한 두 인물이 엄마의 죽음으로 이별을 한다는 통속적인 신파입니다.

불치병이라는 장치도 어김없이 등장하고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숱하게 보아온 뻔한 설정인데 영화는 잔재미와 현실감을 갖춰 볼만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가족 사이에 말로 표현은 안하지만(그런걸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사람들도 많죠. 저처럼...), 아니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 정도로 으르렁대지만 각자 깊은 속에는 무한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며 관객의 공감을 얻는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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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최강희)는 고등학생 시절 껌이나 혹은 더 무서운 것을 꽤나 씹었을 듯 하지만 넘치는 에너지를 글로 승화시켜 유명 작가의 꿈을 안고 상경합니다. 지방신문 백일장 당선 경력은 작가로서의 앞길을 가로막고, 홈쇼핑에 근무하는 남자친구는 바람기가 다분합니다. 오빠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수년 만에 고향 부산을 찾는데 그녀의 가장 큰 적수인 엄마(김영애)와 다시 치고받는 전쟁에 돌입합니다. 엄마는 애자가 어렸을 때 남편을 잃고 애자와 오빠를 키워낸 억척 수의사입니다.

한 줄로 요약한 줄거리만 들으면 대략 감이 잡히는, 추석 특집 드라마같은 내용이지만 영화가 볼만하게 된데는 애자와 엄마라는 캐릭터가 내뿜는 에너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천방지축 한 성격씩 하는 인물들의 단독 행동도 오밀조밀 재미있지만 이 둘이 만나면 그 폭발성이 조마조마할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초반부에 인물들의 특성을 설명하는 부분이 코믹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빠른 리듬으로 전개됩니다.

특히 대사의 감칠맛이 좋습니다.

엄마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투병하다가 여행하고 이별하는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다소 동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우려하는 것처럼 절제하지 못하는감정의 과잉이나 관객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소소한 부분에 약간의 변주를 주었기 때문인데요.

정기훈 감독은 데뷔작답지 않게 노련한 세공솜씨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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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이어서 좋다하는 팬들이 많은 최강희의 매력은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처럼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어느덧 중견이 되어가는 여배우에게서 신선함을 느끼기는 어려운데 그걸 해내거든요.

김영애의 억척 엄마 연기도 든든하게 받쳐주고요.

배수빈, 최일화, 장영남 등 조연뿐 아니라 맞선남으로 깜짝 등장하는 김C의 역할도 좋습니다.

전반부의 경쾌한 코미디와 후반부의 눈물, 콧물까지 나오게 하는 신파가100% 매끄럽게 결합되지는 않았지만 특히 모녀지간에 보면 더 좋을 가족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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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영화를 보는 편안한 시선'  남상석 기자는 2002년부터 영화계를 출입해 온 베테랑 문화 담당 기자입니다.  1993년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등을 거쳐 오랜 기간 보도국 문화부에서 내공있는 필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영화와 영화인들을 좋아하며  '평론가처럼 어렵지 않은.. 관객의 한사람 같은 친근한 눈높이의 영화평'으로 개인 블로그도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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