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교도소 담에서 100m 떨어진 곳에는 가석방 을 앞둔 모범수 10명이 생활하는 '소망의 집'이 있고, 옆에는 세차장이 붙어 있다.
땀 흘리며 세차작업에 몰두하는 김모(37)씨는 두 달 전만 해도 대구교도소에 복역 중이었으나 지난 7월 모범수로 선발돼 소망의 집에 입소했고, 매일 세차장으로 출ㆍ퇴근하며 일을 배우고 있다.
김씨는 스무살이던 1992년 강도강간 혐의로 검거돼 당시 '범죄와의 전쟁'이 치러지는 분위기 속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17년째 복역중이다.
그는 2012년 11월19일이 형기 만료일이지만 모범수로 올해 연말 가석방될 가능성이 있어 소망의 집으로 옮겨졌다.
실제 가석방되면 형기가 3년이나 줄어드는 셈이다.
김씨는 6일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교도소에 처음 들어간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했다"며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효도 한번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포기하지 않고 매일 최선을 다해 생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망의 집에 입소하고 나서 2인1실의 침대방과 에어컨, 식탁, 온수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과 드럼세탁기, 평면TV, 컴퓨터 등 교도소에서는 꿈꾸지 못했던 시설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특히 교도소 안에서 타일작업을 배워 건축기사 자격증을 딴 김씨는 소망의 집에서 인터넷을 처음 사용할 수 있게 되자 '타일'을 검색해 본인의 기술이 외부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알아볼 수 있었다.
수형자들은 교도소에서 워드프로세서 등 컴퓨터 사용법은 배우지만 인터넷 접속은 금지돼 있다.
지난달 1박2일의 외출을 다녀온 김씨는 "버스도 타고, 부모님과 백화점에 가고 식당에서 밥도 먹었는데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며 "다행히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간접적으로 (세상을) 접한 게 있어서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처럼 격리기간이 긴 사람더러 갑자기 사회로 돌아가라고 하면 막막하다"며 "중간처우의 집에서 일도 배우고, 출소 후 생활계획도 세우고 마음의 준비를 한 뒤 가석방되는 것이 훨씬 적응이 빠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처지의 입소자들끼리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말 도 잊지 않았다.
김씨는 "첫 월급을 타면 어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는 것이 소원"이라며 "설렘보다는 혹시라도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로 돌아오게 될까 봐 그게 가장 두렵다"고 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변에 전과자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만일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다면 솔직하게 말하겠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신동윤 안양교도소 직업훈련과장은 "사회에 나가면 우수인력도 직장을 구하기 힘든지라 출소자들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며 "가석방 예정자들이 중간처우의 집에서 생활토록 하는 것은 혜택이 아니라 사회안전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년간 복역하고 소망의 집에 입소했다가 지난 5월 가석방된 이모(34)씨는 "바깥에서 생활해 보니까 돈 버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중간처우의 집을 늘리되 실제취업과 연계될 수 있는 지역업체들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