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소득은 줄고 금리는 올라가면서 가계의 빚 부담이 불어나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늘어 나는 반면, 소득 감소로 인해 가계의 채무 상환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가계 빚 왜 늘어나나 지난달 말 가계신용이 70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4조5천억 원 늘어나 337조2천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8월)에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이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가운데 규제가 풀리고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됐다"며 "외환위기 이후 자산가격 상승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빚을 내서라도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이 경기침체로 위축된 기업부문을 대신해 가계로 영업력을 확대하는 것도 배경이 됐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는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아 대출 수요가 없다 보니 금융기관들이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는 않았다"며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이 활발히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경기 침체와 실직 등으로 인한 생계비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살펴보면 주택 구입용과 생활자금용이 섞여 있다"면서 "생활자금의 경우 고용사정과 자영업 여건 악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 대출 금리 계속 상승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CD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잇따라 상승했다.
91일 짜리 CD 금리는 지난 28일 연 2.57%로 전주말의 2.51%보다 0.06%포인트 급등했다.
CD 금리는 이달 한달간 무려 0.16%포인트 올라가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6%를 넘어섰다.
다음주(31일∼9월4일) 농협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번주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연 5.45~6.45%로 결정됐다.
농협은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가 2.88~3.88 %에 달해 CD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도 크게 높아진다.
농협은 고시금리와 실제 적용 금리를 일원화했다.
국민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고시금리는 4.53~6.13%로 정해졌다.
이는 설정비 등 모든 제반 비용까지 포함해 최대 적용 가능한 금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CD금리가 2.6~2.7%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 7월 중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58%이고 이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29%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금리는 작년 10월 연 7.77%에서 지난 6월 연 5.47%까지 떨어졌다가 9개월만에 상승했고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올랐다.
◇소득은 줄고 이자부담은 늘어 금리상승 상황에서 서민들의 소득은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실질소득은 가구당 월 평균 292만8천 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2.8% 감소했고 명목소득은 329만9천 원으로 0.1% 줄어들면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단계적으로 1.0∼1.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이 3조4천 억원이 늘어난다는 것이 정부 분석"이라고 전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또는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위험수준으로 근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부채의 증가는 금융기관의 잠재적 부실을 초래하고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연구소의 지적이다.
이미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분기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배율은 2분기에 2.79배로 지난 1분기의 2.89배에 이어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이 배율은 2분기 기준으로 ▲2000년 1.60배 ▲2001년 1.82배 ▲2002년 2.22배 ▲2003년 2.47배 ▲2004년 2.22배 ▲2005년 2.31배 ▲2006년 2.50배 ▲2007년 2.62 배 등이었다.
현대증권의 김 애널리스트는 "6월 말 현재 가계신용인 697조7천490억원을 2분기 명목 GDP 추정치 250조4천36억원(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적용)으로 나누면 2분기 배율이 이렇게 나온다"면서 "올해 1분기와 2분기의 배율은 역사적으로 최고치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