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발표한 2009 세제개편안은 민생 안정과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면서도 재정 악화를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처럼 상충되는 정책목표를 동시에 쫓다 보니 경제적 취약층에게는 세금을 깎아주고, 고소득자나 대기업을 겨냥해서는 비과세.감면 혜택을 없애거나 세원을 찾아내는 비대칭적 정책이 나타난 게 특징이다.
친(親)서민 코드가 확연하다는 평가다.
그러다 보니 감세와 증세가 엉킨 모양새를 보였지만 무게 중심은 비과세.감면의 부분 철폐와 세원 넓히기를 통한 사실상의 증세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자감세 '로 불리던 감세 일변도에서 고소득층·대기업을 향한 증세 조짐도 엿볼 수 있다.
◇ 친서민 뚜렷..비즈니스 프렌들리 시들?
이번 세제개편안을 앞둔 정부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
서민과 중산층을 보살피며 경제를 정상궤도로 올려놓아야 한다는 과제와, 위기 극복에 따른 재정 출혈을 치유해야 숙제가 동시에 정책 테이블에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대전제는 현 정부의 감세 기조를 흔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른 선택은 비과세.감면 혜택의 철폐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세율인 하로 34조원 규모의 감세를 한 만큼 그간의 감면 혜택을 거둬들이는 후속조치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보정을 통해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불어난 상황에서 보면 비과세.감면 축소는 감세 기조를 유지 하면서도 세수를 늘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비과세.감면 규모는 작년 한 해에 29조 6천억 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민.중산층을 배려하다 보니 고소득자.대기업이 타깃이 됐다.
임시투자 세액공제가 명을 다하고 부동산을 판 뒤 두 달 안에 신고하면 양도세 10%를 깎아주 는 제도도 없어진다.
두 제도의 연간 감면 규모는 각각 2조 원과 1조 원 안팎이다.
반면 영세 자영업자 등을 위한 혜택은 줄줄이 연장됐다.
음식.숙박.소매업에 대 해 낮은 부가가치세율을 적용하는 특례와 농어가 목돈마련저축에 대한 이자소득 비 과세를 2년씩 연장하고 저소득 근로자의 월세 소득공제를 도입한 것이 그 예다.
이 때문에 연말에 일몰되는 87건 가운데 폐지(22건)나 축소(6건)된 것은 전체의 32%에 그쳤으며, 이로 인해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시들해졌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 세원 넓혀라..고소득 전문직 정조준
비과세.감면 축소와 함께 역점을 둔 것은 세원 늘리기다.
정부는 이를 '과세 정상화'라고 표현했지만 주된 방향은 고소득층, 전문직에 대한 과세 그물망을 넓게 펼치는 쪽으로 맞춰졌다.
당장은 효과가 미미해도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세원 포착이 늘어난 사례처럼 중장기 세수 증대에 약이 된다.
변호사, 회계사, 건축사, 의사, 한의사 등 '사'자가 붙는 전문직들과 입시학원, 골프장업, 예식장업, 장례식장업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 하고 그 실효성을 위해 '세(稅)파라치'제도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상가건물별.지역별 임대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변호사, 세무사 등의 수임자료 파악을 위한 인프라를 강화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성인 대상 영리학원 일부와 수의사의 애완동물 진료, 미용목적 성형수술에 대해 부가세를 물린 것은 중장기적으로 부가세 과세기반을 넓히려는 신호탄으로 받 아들여진다.
◇ 재정 건전성 보탬될까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당겨 걷는 방법도 동원했다.
금융기관이 수령 하는 채권이자 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 제도를 부활한 것이다.
내년 채권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원래 2011년 초 법인세 신고 때 한 번에 들어오지만 원천징수로 바꾸면 내년에 월별로 걷을 수 있게 된다.
내년치 해당 법인세 규모가 5조2천억원이며 이 중 11개월치인 4조 8천억 원이 내년 세수로 잡힌다.
재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작년 세제개편에 따라 세수 감소분 13조 2천억 원이 발생하는 내년 재정이 가장 어렵다"며 "하지만 원천징수 부활로 내년에 한해 4조 8천억 원이 더 걷히면서 국채 발행을 그 만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의 전체 세수로 보면 긍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
정부가 추정한 이번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효과는 2012년까지 10조 5천억 원.
이 가운데 내년 증가분 7조 7천억 원에서 채권이자소득 법인세 원천징수분 4조 8천억 원을 빼면 3조원 남짓 밖에 안된다.
성장률 요인을 배제한 채 지난해 세제개편에 따른 내년 세수감소분(13조 2천억 원 )과 이번 세제개편의 세수 증가분(7조 7천억 원)을 감안하면 전체 세수는 올해 대비 5조 5천억원 줄게 된다.
성장률이 1%포인트 오를 때 1조5천억~2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고 볼 때 내년 성 장률 전망치 4%를 적용하면 이에 따른 세수 증가효과는 6조~8조 원으로 추정된다.
결 과적으로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가채무가 사상 최대인 366조 원으로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대상수지 비율이 지난해 -1.5%에서 -5.0%로 높아지는 재정 적자 상황을 내 년에 개선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소득.법인세율 불씨..전세보증금 소득세도 논란
정부는 세제개편안 원안 통과를 희망하고 있지만 국회 상황은 예단하기 어렵다.
작년 세제개편에 따른 내년 소득세와 법인세 세수감소분이 각각 1조5천억원과 3조5 천억원인 만큼 세율 추가 인하를 유보하자는 의원들이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세율 문제는 재계가 반발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문제와 맞물려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 소득세를 물리는 개정안도 전셋값이 들썩 이는 상황에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논리가 힘을 받으면서 논란이 불 가피할 전망이다.
또 부가세 과세 대상으로 추가된 집단의 반발도 우려된다.
정부는 이번 세수증가분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고소득자.대 기업이 90.6%(9조5천억원), 중산층.중소기업이 9.4%(1조원)을, 작년 분류 기준으로 는 각각 79.6%(8조4천억원), 20.4%(2조1천억원)을 각각 부담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대부분 대기업 귀착분에 포함되는 채권이자소득 법인세 원천징수분 효과 를 빼고 보면 중산층.중소기업의 부담 비중도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