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린시절 소풍 다니던 수도권의 왕릉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늘 곁에 있어서 조금 무심했던 왕릉들을 지구촌 사람들이 재발견 해 낸 격입니다.
정 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구리의 동구릉.
조선시대 왕 7명과 왕비의 능 등 9기가 모셔진 곳입니다.
이 가운데 관광객들의 방문이 가장 많은 곳,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묻힌 '건원릉'입니다.
옆길을 따라 올라가니 봉분이 드러납니다.
무성한 억새풀에 시선이 멈춥니다.
가지런히 벌초된 다른 봉분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거친 억새에는 태조 이성계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들 태종의 효심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습니다.
[조인제/문화재청 동구릉관리소장 : 태종이 아버지를 고향(함흥)에 못 모시니까 서울 근교에다가 모시면서 고향의 흙과 억새를 심어 자식된 도리를 다 한거죠.]
건원릉은 1년에 한 번, '한식날'에만 봉분을 다듬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조인제/문화재청 동구릉관리소장 : (세계문화유산) 실사 나왔을 때 그 사람들도 굉장히 대단하다고. 풀까지도 600년 동안 옛 모습 그대로 관리하려고 노력했다고 했어요.]
꽃잎이 겹겹이 감싸는 듯한 산자락.
풍수지리상으로도 최고의 명당으로 꼽힙니다.
[이 산줄기 옆에 흘러내리는 줄기들이 있잖아요. 저 줄기 줄기 사이 사이에 다른 왕릉들이 조성이 된 거예요.]
조선시대왕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았고 재임 기간도 가장 길었던 영조.
66살때 당시 15살이던 정순왕후를 계비로 맞았고 이렇게 나란히 묻혀있습니다.
널리 인재를 차별없이 등용한 영조의 뜻은 봉분 앞 석물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조인제/문화재청 동구릉관리소장 : 조선 중기에 오면 문인석, 무인석이 구별되지 않고 같은 단에 동일한 단에 세워지는 것이죠.]
조선왕조가 한반도에 남긴 왕릉은 모두 42기.
이가운데 북한에 있는 2기를 뺀 40기가 세계유산으로 인정됐습니다.
영월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이한 단종의 묘인 장릉을 제외한 39기는 모두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있습니다.
풍수적 전통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전통제례의 중요한 발전단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높히 평가됐습니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조선왕릉을 재발견하고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등재된 이후부터 지난 10일까지 내국인은 34만2천명, 외국인은 2천7백명이 다녀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0%와 70% 증가한 수치입니다.
[신태성 : 세계유산에도 등재가 됐다고 해서 더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거죠.]
[박성진/덕소초등학교 3학년 : 이렇게 실제로 능을 보니까 책보다 더 실감났어요. 여기 안에 시신 말고 뭐가 있을까 궁금하고요.]
세계적인 유산으로 인정 받은만큼 이제는 유네스코와 약속한 사항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이창환/상지영서대 교수 : 일부 훼손된 공간들이 많습니다. 국가 기관에서 일부 쓰는 공간도 있고. 이 지역을 다시 복원을 한다던가 또는 복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종이 묻힌 의릉 능역안의 학교 건물과 태릉 능역의 선수촌이 오는 2012년과 14년에 각각 철거될 계획입니다.
조상이 물려준 문화 유산이 온전하게 보존되도록 더욱 가꾸고 노력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