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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몸값' 하루에 1억1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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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은 14일 경영권 편법 승계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이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하루 노역 대가를 1억1천만 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습니다.

이 전 회장이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하지만, 선고 내용대로라면 이 전 회장이 노역장에서 일을 할 경우 하루에 1억1천만 원씩 벌금이 줄어듭니다. 이 전 회장의 '하루 품삯'이 1억1천만 원인 셈입니다.

이 전 회장 직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몸값'은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으로, 손 회장의 하루 노역 대가는 1억 원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이중근 (주)부영 회장 1천5백만 원, 박용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1천만 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기업인들의 하루 노역 대가가 무조건 높은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하루 노역 대가는 10만 원, 이재경 당시 두산 사장의 하루 노역대가는 5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또 정형근 전 의원, 이광재 의원 등 정치인과 법조비리로 기소된 변호사들에게도 1일 5만 원이 책정됐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큰 것은 왜일까요? 이들의 수입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일까요?

우선 벌금 액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인데,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현행 법상 '벌금 미납시 노역장 유치 기간'을 '3년 이하'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아무리 벌금 액수가 커도 3년이 넘도록 노역을 시킬 수 없습니다.

법원은 통상 하루 노역 대가를, 일반인들의 1일 평균 임금보다 약간 적은 5만 원으로 산정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것 중 이광재 의원 등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벌금 액수가 클 경우, 하루에 5만 원만 산정하면 3년을 넘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하루 노역 대가를 더 많이 산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벌금 1억원이 선고된 피고인의 하루 노역대가를 다른 피고인처럼 5만 원으로 책정하면, 5년을 넘게 노역장에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법원은 3년 이하로 맞추기 위해 1일 9만 원 이상으로 책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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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법원은 3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피고인의 노역 기간을 미리 정한 뒤, 그에 맞춰 하루 노역 대가를 계산하는 '역(易)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이 전 회장의 하루 노역 대가는 이렇게 계산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벌어지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신의 노역 대가가 높게 나올 경우 벌금을 낼 여력이 있는데도 일부러 노역장 유치를 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벌금 낼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노역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른바 '생계형 노역자'들이 들으면 기가 찰 노릇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법 조항(형법 69조 2항)은 지난 1953년 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변경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경제 규모는 날로 커지고 거액 탈세나 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벌금을 선고받는 피고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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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03년 신문기자로 시작해 2007년 SBS에 입사한 김지성 기자는 사회2부 법조팀에서 검찰 출입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뚝심있고 끈질긴 기자정신으로 현장을 누비는 김 기자는 정치부에서도 활약했으며, 2003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비자금'과 관련한 특종보도로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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