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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행세한 피의자에 속아 넘어간 경찰

친구 이름·주민번호 등 도용…경찰 무고한 사람 송치, 지문판독 결과 챙겨보지 않아…"수사기본 무시" 비난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경찰이 사기사건 피의자가 다른 사람으로 행세하면서 조사를 받은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무고한 사람을 기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13일 경남 마산에 사는 정모(26) 씨에 따르면 지난 4일 느닷없이 법원으로부터 날라든 벌금 납부 통지서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자신이 지난 4월 27일 새벽 마산시내 한 유흥주점에서 48만 원 어치의 술을 마신 뒤 돈을 내지 않아 사기 혐의로 기소돼 1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는 것이다.

공짜 술을 마신 적이 없었던 정 씨는 부랴부랴 관할 경찰서를 찾아가 항의하고 왜 자신이 사기범으로 기소됐는 지 경위를 따졌다.

경찰의 피의자 조서에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본적까지 정확하게 기재된 것을 보고 더 아연실색했다고 정 씨는 말했다.

정 씨의 항의를 받고 경위파악에 나선 경찰서는 정 씨의 친구 김모(25) 씨가 정씨 행세를 하면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사실을 뒤늦게 밝혀냈다.

경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 씨는 또 다른 친구(25)와 함께 사건 당일 술을 마신 뒤 돈을 내지 않아 관할 지구대에서 1차 조사를 받은 뒤 경찰서로 넘겨져 2차 조사를 받을 때도 정 씨의 이름과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내세워 정씨 행세를 했다.

김씨는 2차례에 걸친 경찰조사에서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지 않다며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 친구 정씨의 개인정보를 자신의 것처럼 내세웠다.

경찰은 김 씨의 신원확인을 위해 엄지 손가락 지문을 채취했지만 4~5회 계속 '불일치'로 나오자 열손가락 지문을 모두 채취해 경찰청에 신원확인을 의뢰한 뒤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달 가량 지난 5월 25일 경찰은 본청에 의뢰했던 지문 판정 결과를 제대로 챙겨보지도 않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지난 달 27일 법원은 정 씨로 둔갑한 김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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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측은 "통상 본청에 지문판독을 의뢰하면 통보가 빨리 오는데 이상하게 늦어졌고 정확하게 챙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경찰관은 "통상 음주 운전자들이 남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사례들이 자주 있는데 피의자의 정확한 신원확인을 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라고 말했다.

졸지에 사기범이 된 정 씨는 "경찰이 수사의 기본인 인적사항 확인조차 제대로 안해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었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경찰은 뒤늦게 진짜 사기범이자 친구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김 씨를 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수배했다.

(마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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