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LIVE

강기갑 대표의 봉변

쌍용차 사태가 남긴 것 ②


Google 즐겨찾기에 SBS뉴스 추가

쌍용차 노사 대치의 끝이 보이지 않던 6일 오전.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쌍용차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단식을 선언합니다. 그리고는 평택공장 정문 앞 인도에 마련된 천막에 정좌.

곧이어 하얀띠를 두른 여성 30~40명이 정문 앞에 모여듭니다. 가슴에 두른 하얀띠에는 '쌍용차 아내 모임'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는 강기갑 대표를 에워싸고 거친 항의의 말들을 쏟아냅니다.

"쌍용차 타 보기는 하셨습니까? 저희 차 팔아 주시기는 했습니까?

저들만 불쌍하고 저희들은 불쌍하지 않습니까?

광고
광고 영역

저희들도 월급 못 받고 애들 학원 못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의원님 앉아 계셔서 도움 되는 일이 뭐가 있습니까?

의원님 여기 계시면 외부 세력들 다 여기로 모입니다. 돌아가십쇼.

국회의원 물러가라! 물러가라!"

한마디로 우리도 노동자다, 우리도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왜 우리 편은 들어주지 않냐?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테니 제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이런 호소와 주장들인 셈입니다.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던 쌍용차 직원 100여 명도 강기갑 대표를 에워싸고 '아내 모임'을 응원합니다. 흥분한 '아내 모임'은 이내 강 대표를 비롯해 민노당 당직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끌어내려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천막 지붕은 뜯겨 나가고….당혹스러운 표정의 강 대표. 민노당 당직자들이 '아내 모임'을 말리려 하지만 이런 소동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분명히 의도되고 연출된 한바탕의 '쇼'였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그 정도의 '쇼'를 할 정당성은 있어 보였습니다. '쇼'에 맞서 '쇼'를 할 권리라고 할까요?

안 되겠다 싶었던지 경찰이 여경을 투입합니다. 여경들이 강 대표 등 민노당 당직자들과 '아내 모임'을 분리시킵니다. 이 때 한 민노당 당직자의 외침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가 해결할테니 경찰들은 빠져!"

광고
광고 영역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 대표가 노동자들,그리고 그들의 아내들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받는 상황. 노동자들의 항의를 경찰의 엄호로 모면하는 상황, 그런 게 스스로도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던 것입니다.

아이러니컬한 상황은 묻습니다. 노동운동이 운동가에 의한, 운동가들을 위한 운동이 아니었는지, 달리 표현해서 진정 저변의, 보편적인 노동자들을 끌어 안고 가는 운동이었는지를 말입니다. 결국 노동자와 노동자들의 갈등으로 표출될 문제였다면 보다 일찍,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정치력은 왜 발휘되지 못한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질문과 질문에 내재된 비난이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정치적 주체는 아마 '보수적인' 여야 정당들일 테니까요. 또 어찌 보면 강기갑 대표의 봉변은 그런 항의 섞인 하소연을 받아 줄 곳이 강 대표 밖에, 그래도 민노당 등 진보정당 밖에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그 속에서 각자가 지향해야 할 점은 더 뚜렷해지는 느낌입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편집자주] 치밀한 분석력이 돋보이는 박민하 기자는 현재 한국은행과 금융업계를 출입하고 있는 경제부의 핵심전력입니다.  2003년 SBS 보도국에 둥지를 튼 뒤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활약해왔습니다. 생활에 직접 도움을 주는 알기쉬운 금융기사들과 경제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심도깊은 글들을 기대합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SBS 취재파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오늘의 숏뉴스
숏뉴스를 불러오지 못했습니다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