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사가 극적 합의안을 도출한 6일.
저녁 8시쯤 노사 대표는 비공개로 합의안에 대한 조인식을 가졌습니다.
공동 관리인 두 명이 곧바로 공장 울타리 밖으로 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그 시각 평택공장 본관에서 나온 한상균 노조 지부장은 경찰에 연행됩니다. 사측 직원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한 지부장에게 고함을 치며 항의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렇게 쌍용차 사태의 마지막 날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있을 때, 그래서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알림벨이 울립니다. 밤 9시 32분. 발신자는 쌍용차 노조 이창근 기획부장입니다.
"이 시간부터 저의 인터뷰는 종료합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정리해고 투쟁 승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살인 폭압 정권의 실상을 살 떨리게 경험합니다.
오랜 시간 뵙지 못하지만 그동안 감사했어요."
이창근 부장은 쌍용차 사태 동안 대언론 창구를 담당했습니다. 쌍용차 평택공장 주변에서는 이 부장에 대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습니다. 사실과 억측이 뒤섞인 채로 말입니다.
"공장 점거 노조원들 가운데 가장 강성이다."
"노조 지도부를 사실상 배후 조종하는 인물이다."
"이번 파업으로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다. 구속되더라도 이미 노조 상급 단체나 정치권에서 좋은 자리를 맡아놓았다." 등등.
인터뷰 등을 위해서 공식적인 대화를 한 탓이었겠지만 제 기억 속에 그의 표정은 대부분 굳어 있었고, 어조는 낮았고, 말은 간결했습니다. 그리고 언론에 대한 불만을 자주 표출했지만, 또 그만큼 언론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없음에도,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음에도, 그의 마지막 문자 메시지는 연민의 감정을 불러왔습니다. 이 걸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해야 할 지, 취재원과의 연대감이라고 해야 할 지 아직 분간이 안 갑니다만. 무엇이 그토록 그를 분노하게 했을까? 무엇이 그토록 그를 단호하게 했을까? 무엇이 마지막 순간에도'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길 만큼 그를 의연하게 했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최소한 많은 의문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을 줬다는 점에서 만큼은 저 역시 그에게 감사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편집자주] 치밀한 분석력이 돋보이는 박민하 기자는 현재 한국은행과 금융업계를 출입하고 있는 경제부의 핵심전력입니다. 2003년 SBS 보도국에 둥지를 튼 뒤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활약해왔습니다. 생활에 직접 도움을 주는 알기쉬운 금융기사들과 경제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심도깊은 글들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