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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역할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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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미디어란 무엇인가?

작금의 미디어법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새삼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미디어의 정의는 접근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번파동에서도 그렇듯이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보도기능에 관한 것일 것입니다.

보도기능을 갖고 있는 미디어는 방송 그 가운데서도 보도기능이 있는 종합방송과 보도전문방송, 신문, 시사 잡지, 이른바 인터넷 보도매체 등이 있겠지요.

이런 미디어가 해야 할 역할은 어떤 것일까요?왜 정부 여당은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을 강행하려하고 야당과 시민단체는 결사반대를 외칠까요?

김형오 국회의장이 표결에 앞서 말했듯이 이른바 조중동에 방송을 할 수 있게 해주느냐가 핵심쟁점인데, 그게 과연 미디어 본연의 역할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여론의 다양성과 획일화논란을 비롯해, 방송 산업의 변화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됐지만 결국은 우리 편인가 아닌가가 문제일 뿐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일본 오사카 대학의 와시다 키요카즈 총장의 글을 보게 됐습니다.

와시다 총장은 우선 신문의 문(聞)이라는 글자에 주목합니다.

일본어의 「聞」이라는 글자는 「키쿠(きく)」라고도 읽는데, 「きく」라는 말은 한자로는 「聞く」외에도 「?く」, 「訊く」라고도 쓰며, 맛을 보고 알아본다(味わって調べる)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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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시다 총장은 신문을 만든다는 것은 정보라는 의미로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사람들의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하며(聽), 지금 우리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정치 경제상황에 대해 유통되는 것과는 다른 시점을 발굴해서 그 시점에서 문제를 던지고(訊), 그리고 누가 잘못했나를 밝혀 규탄하는 데 것이 아닌 그런 사건이나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를 밝혀내는(調) 일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시대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가라고 강조합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조건반사처럼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에 일정 거리를 두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요즘의 정국을 둘러싼 보도는 시대에 바짝 붙어버렸다(添い 寢 する- 잠자리에서 바짝 붙어 잔다는 뜻으로 유착됐음을 나타내는 말)고 한탄합니다.

기사를 보며 즐길 수 있는 스포츠보도와는 달리 정치보도에서는 시대상황에 분명히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 되는데도 정치담당 기자가 지근거리에서 취재원과 밀착한 모습을 자랑스럽게 나타내는 걸 보면 연인이 남들이 보는 가운데서 꼭 붙어있는 것처럼 보기 흉하다고 말합니다.

와시다 총장은 미디어에 이렇게 당부합니다.

"더 들어 달라. 그리고 각 면마다 다양한 시간감각을 보여주면 좋겠다. 어떤 시간감각을 갖느냐는 것은 동시대에 대해 얼마나 거리를 두느냐와 거의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와시다 총장의 글을 보며, 언제부턴가 한국의 미디어는 시대상황과 바짝 붙은(添い 寢 する)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상황 안에 들어가 버린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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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깊이있는 분석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은종 기자는 그동안 사회.국제 이슈와 경제 현장에서 오랫동안 현장취재와 데스크를 거치고 현재 SBS 보도국 특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뿜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일본의 정치.경제에 대한 식견으로 핵심을 짚어주는 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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