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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청년 야스나리君에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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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춘호 특파원의 도쿄 다이어리

야스나리君.

간병살인이라는 말을 군도 들어봤겠지요?

일본어로는 '介護殺人'이라고 씁니다만 우리말로는 看病殺人이라고 해야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환자를 돌보던 보호자가 오랜 간병에 지쳐서 환자를 살해하는 일을 간병살인이라고 합니다.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 '介護&殺人'이라고 검색해보면 이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제가 올해에만 일어나 이른바 '간병살인'사례를 일일이 헤아려보았더니 올 상반기에만 30건이 넘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딸이 어머니를 ,그리고 부인이 남편을, 드물지만 남편이 부인을 살해한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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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가 된 것만 그러하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례를 더한다면 이런 참극 사례는 훨씬 더 많겠지요.

지난 7월 9일자 마이니치 신문에는 '간병살인을 막는 한마디'란 제목의 책에 대한 서평까지 실렸습니다. 그 책을 주문했지만 아직 받아보지 못해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간병살인' 현상이 오죽 심각하면 그런 제목의 책까지 나왔겠습니까.

제가 '간병살인'이라는 말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7일 치바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입니다.

그 뉴스는 간단했습니다.

50대 딸이 70대 어머니를 살해하고 본인은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살해한 이유는 오랜 간병에 지쳤다는 것입니다.

"지쳤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저는 4년 전 돌아가신 제 아버님이 떠올랐습니다.

아버님은 3년 남짓 치매로 고생하셨고 그러다가 쓰러지셔서 3개월을 의식없이 병상에 계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치매를 앓는 아버님을 어머님이 돌보셨습니다. 주말이면 자식들 집으로 모실 때도 있었지만 날로 정신이 흐려지는 아버님의 간병은 온전히 어머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은 가끔, 아니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이젠 나도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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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돌보다가 어머니가 병나겠다는 생각에 아버님을 요양원에 모시기도 했습니다. 아버님을 요양원에 두고 나오면서 제 평생에 흘린 눈물의 절반은 그 때 쏟았습니다만, 아버님의 요양원 생활은 한 달이 채 가지 못했습니다. 어머님이 이건 못할 짓이라며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당신이 돌보겠다며 다시 아버님을 집으로 모셔왔기 때문이지요.

그런 과정에서 저는 병든 노인을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지쳤다.."라는 표현이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5년 째 뇌경색으로 자리보전을 하고있는 남편을 돌보고 있는 70대 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간병살인하는 사람들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아요...나도 내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하면 정말 눈앞이 캄캄해요..."

한달에 20만 엔 정도의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이 부부는 남편의 치료비에 집세 등을 내고나면  한달 생활이 빠듯하다고 합니다. 자식들의 도움은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간병 생활의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하루종일 좁은 집안에서 말도 못하는 남편과 지내다보면 사회적 고립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남편에 대한 증오심마저 생긴다고 합니다. 그 할머니는 "아내의 도리로 이 짓을 하긴 하지만..."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에서 말한 50대 딸의 어머니 살인 사건 말입니다.

곰곰 그 사건을 생각해봅니다. 인륜을 저버린 패륜임에 틀림없는데 저는 왠지 그 50대 딸이 너무 가엽게 느껴집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오죽했으면...

"정말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다...어머니도 힘들지만...나는 이제 더는 못하겠다...차라리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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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했겠지요.

저는 어제 이와 관련된 내용을 기사로 쓰면서 세계 최장수 국가 일본의 그늘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어찌 이 게 일본만의 문제겠습니까.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서도 그런 문제는 이미 발생하고 있습니다.

노인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효도나 인륜의 차원에 맡겨놓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일본 정부는 어제(29일)노인 요양 지원 대상 폭을 확대하기로 했답니다. 그럴 수 있는 돈이 있는 나라, 일본이 부럽습니다.

물론 노인 복지에 주력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정책을 두고 젊은이들은 미래의 돈을 끌어다가 현재에 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만 그렇게라도 나라가 개인의 고통과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는 것은 평가할 만한 것입니다.

사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투입한다고 해도 간병살인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령화 현상의 피할 수 없는 그늘이기 때문이지요.

너무 비관적인 전망인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일본에서 그리고 한국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너무 지쳤어요...차라리 이러는 게 나아요"라는 '간병살인범'의 절망적인 목소리를 들을 것 같습니다.

야스나리君, 이 문제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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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일본 사회를 관통하는 깊이있는 시각과 연륜이 느껴지는 윤춘호 기자는 2007년부터 SBS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991년 SBS 공채 1기로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국제부 등에서 일했고 특히, 북한 관련 취재와 통일안보분야, 국회 정당팀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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