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딴따단~~"
결혼식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문어 초밥.
그 문어 초밥을 드시면서 '이거 오징어 아냐?'라고 생각하신 분 계신가요.
아마 그렇다면 그 분은 대단한 미각의 소유자일 겁니다.
술이 덜 깨 괴로워 하고 있던 오늘 아침.
방배경찰서에서 오징어를 문어라고 속여 판 수산물 가공업자를 적발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어릴 적 상식을 떠올려 봤습니다.
'오징어 다리는 10개, 문어 다리는 8개. 그걸 보면 몰라? '
일단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오징어가 커서 문어랑 비슷해 보인다"는 경찰형님들의 말을 믿고 경찰서로 갔습니다.
제일 먼저 문어로 속여 팔았다는 오징어 다리가 궁금했습니다.
비린내가 풀풀 나는 검은 봉지.
그 안에서 들어 있던 오징어 다리와 문어 다리를 꺼내는 순간, 저는 '아!'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분명 오징어 다리인데, 문어 다리와 크기와 색깔이 너무 똑같은 거죠.
오징어가 문어로 둔갑하는 과정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1. 페루에서 들여온 오징어 다리를 삶는다.
2. 빨판을 제거한다.
자, 여기서 빨판을 왜 떼나 궁금해 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요리에 관심이 있거나 오징어와 문어를 주의깊게 살펴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오징어의 빨판은 조그맣고 쉽게 뗄 수 있는 반면 문어는 커다랗고 단단합니다.
이 가공업자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겠죠. 빨판을 그대로 두면 문어로 속이기 어렵기 때문에 다 잘라낸 겁니다.
3. 다시 급랭시킨다.
4. '문어다리'라고 적힌 상자에 담아 도매업자에게 넘긴다.
다시 여기서 드는 궁금증.
평생 수산물을 사고 파는 일을 해 온 빠꼼이 도매상들이 과연 문어다리와 오징어 다리도 구분 못할까?
노량진 수산 시장을 찾아가 물어본 결과, 빨판이 붙어 있다면 보자마자 구분이 가능하지만 빨판이 제거된 상태라면 구분이 어렵다는 대답이 십중팔구로 돌아옵니다.
역시 그 가공업자가 빨판을 괜히 제거한 게 아닌 거죠.
가공업자는 1킬로그램당 1천 원에 들여온 오징어 다리를 6배로 뻥튀기 해 도매상들에게 넘겼습니다.
도매상들은 다시 이 문어다리로 둔갑한 오징어 다리들을 전국의 웨딩 뷔페, 초밥집 등등에 팔았고요.
2년 동안 52톤이 팔렸는데, 문어 다리 하나가 2-3 킬로그램 정도 되니까 정말 엄청난 양이 문어로 위장돼 팔린 셈입니다.
가공업자는 "오징어 다리라고 분명히 알려줬지만, 도매상들이 '문어다리'로 표기할 것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부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도매상들과 이를 납품받은 식당주인들이 정말 오징어다리인 줄 모르고 샀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오징어든, 문어든 먹어서 몸에 나쁠 건 없겠지만.
역시.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다니..찝찝함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오징어가 문어보다 더 싼데도 문어값을 주고 먹었다고 생각하면 화도 나고요.
제가 그 동안 먹어온 문어 초밥중에 진짜 문어는 얼마나 있을까요.
새삼스레 궁금해집니다.
오징어로 문어초밥을 만드는 세상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