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이 관심입니다.
출구전략이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극복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각종 비시장적 조치와 경기부양 조치를 점진적으로 회수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9월 이후 몰아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태가 안좋았습니다. '응급병실'로 실려갔던 거지요. 응급병실에서는 치료 과정에서 여러가지 주사와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다행스런 것은 몸 상태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병실 밖 사정도 많이 나아져,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건강이 회복됐다면, 당연히 그 동안 맞았던 주사나 약을 줄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바로 '출구전략'인 것입니다.
출구전략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 동안의 응급처방 때문에 몇가지 부작용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가격입니다. 아니, 아파트 가격입니다. 아니, 강남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입니다.
정부는 강남 3구 지역의 아파트에 올 초부터 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 2월에 많이 올랐는데, 움직임이 비정상이었다"고 말합니다. 실수요자라면 보통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데 당시에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고 전했습니다. 즉, 자금사정이 풍부한 투자자들이 자기자금을 활용해 '투자를 결행'(이를 통상적으로 '투기'라는 용어를 씁니다.)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상승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와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2월 이후의 가격 상승에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투기꾼들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양상이라고 합니다. 2월의 과감한 투자가 일반인들의 호응을 얻은 셈입니다.
이런 흐름이 확산되면, 부동산 시장은 자칫 과거에 경험한 것과 같은 비정상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이런 게 출구전략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요? 투자나 투기는 돈이 수단입니다. 돈을 많이 갖고 있거나, 쉽게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으면 투자나 투기를 단행할 수 있는거죠.
그런데,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돈이 풍부해졌습니다. 한국은행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지난해 9월 이후 시중에 푼 돈이 27조 5천억원에 달합니다. 시중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도 지난해 8월 5.25%에서 지금은 2%까지 낮아졌습니다.
응급환자인 '한국경제'를 위한 강력한 주사처방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런 처방이 강남의 아파트 시장에서 서서히 부작용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부작용을 막으려면, 그 동안의 비상조치를 철회하면 되는 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일단 환자의 몸상태를 봐야 하는데, 이게 확실치 않습니다.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가 전분기에 비해서 2.3%나 증가한 것을 보고, 우리 경제의 체력이 완연히 회복됐다는 판단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불안합니다.
정부가 올 상반기에만 무려 171조 5천억의 재정지출을 쏟아부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57%나 많은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후 감세조치를 펼치고 있고, 또 올 들어서는 자동차 구입에 대해 세금도 깎아주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가 없었더라도 우리 경제가 2.3%의 성장을 했을 수 있을까요. 한국은행의 판단은 이런 조치가 없었다면, 2분기 GDP 성장률은 2.3%에서 1% 미만으로 낮아졌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우리 경제의 자체 체력 수준이 여전히 1% 성장률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정부로서는 난처합니다. 이른바 '출구전략'을 펼치자니, 경제성장률이 다시 0%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출구전략'을 펼치지 않자니 아파트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확산될 우려가 있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결국, 당분간은 정부의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될 듯 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감내하기에는 그 충격이 너무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시중 유동성은 점진적으로 회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 27조 5천억원 가운데 17조 1천억원을 이미 회수하는 등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이외에도 그동안 내놓은 각종 응급 지원조치들을 조금씩 정상으로 돌려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출구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정지출의 축소나 금리는 그러나 당분간 손대기 힘들 전망입니다. 이로 인한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부작용도 막고, 이제 막 싹을 티우기 시작한 경기회복세에 찬물도 끼얹지 않는 정부의 지혜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