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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안보포럼 의장성명 내용과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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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채택한 의장성명은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면서도 북한의 주장과 논리를 대부분 반영하고 있다.

이는 ARF 회의가 미국 주도로 북한을 규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결과로 분석된다.

성명은 외형적으로 '양측의 의견'을 담고 있다.

한반도 관련 내용을 담은 7항에서 "일부 국가의 장관들은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했다"며 "그들은 이 같은 최근 북한의 행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므로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북한의 행동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뿐 아니라 나아가 비확산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했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6자회담의 조기 재개와 관련 당사국들의 대화와 협력의 지지, 그리고 9.19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 등도 지적했다.

하지만 8항의 내용을 보면 매우 구체적으로 북한의 주장이 담겨있다. 이 때문에 '외교적 순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8항은 "북한은 미국의 사주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부정하고 전면적으로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이 내용은 이날 ARF 오전회의가 끝난뒤 리흥식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국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담은 것이다.

또 "(북한이) 반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한반도의 분단과 미군의 존재에 따른 독특하고 특별한 한반도의 안보 환경을 강조했고, 이러한 요인들이 한반도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데 필수적 요소라고 말했다"고 적시됐다.

북한의 주장이 이 정도로 반영된 것은 이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일련의 외교장관회의에서 줄곳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거나 지적하는 내용의 성명이나 결과문서가 채택됐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의외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장관급 대표단을 파견한 다른 국가와는 달리 북한이 국장급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파견했다는 점에서 나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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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경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실무적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결사적으로 나설 여지가 많아 보였다는 점에서다.

실제 북한 대표단은 21일 푸껫에 도착하자마자 이번 ARF의 의장국인 태국의 카싯 피롬야 외무장관과 회동한 데 이어, 22일 ARF회의가 열리는 푸껫 쉐라톤 호텔에서 파니크 위키셋 태국 외무 부장관을 만나 거듭 자신들의 입장과 논리를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 당국자는 "의장성명의 작성은 의장국의 고유 권한이고 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관례"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의장성명의 내용을 두고 남북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던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게 현지 외교가의 반응이다.

지난해 ARF 외교장관에서 남북은 '금강산 피격사건'과 '10.4 남북정상선언'이 관련된 문구를 두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여 결국 두 문구 모두 의장성명에 포함됐다가 삭제됐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의장성명이 채택되기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장성명은 의장국의 고유 권한으로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한국측이 적극적으로 의장성명 내용에 개입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2차 핵실험 강행으로 수세적 위치에 몰린 북한이 아세안 무대에서 자신들의 논리를 개진한 것은 그만큼 필사적으로 이번 회의에 임했다는 방증이지만 역설적으로 최근 위축된 북한의 위상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시각이다.

정부 소식통들은 무엇보다 북한측 주장을 담은 내용 중 '미국의 사주에 의한'이라는 등의 문구가 외교 무대에서 통용되기 어려운 표현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푸껫=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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