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증가에 따른 거품 논쟁이 확산되면서 통화당국이 예상보다 빨리 금융완화 정책을 접고 출구전략을 시행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환매조건부채권 매입분 환수와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한은은 총액한도대출과 지급준비율 조정을 통해 출구전략을 시행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는 금융감독당국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 유동성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한은, 원화.외화 유동성 속속 회수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한국은행이 공급한 원화 유동성 규모는 27조5천억원에 달한다.
환매조건부채권 매입(16조8천억원)과 총액한도대출 증액(3조1천억원), 통안증권 중도환매(7천억원), 국고채 직매입(1조원), 채권시장 안정펀드 지원(2조1천억원), 자본확충펀드 지원(3조3천억원), 예금지급준비금 이자 지급(5천억 원) 등이다.
한은은 이 가운데 RP 매입분 전액인 16조8천억원과 채안펀드 지원액 3천억원을 회수해 현재 잔액은 10조4천억원으로 줄었다.
한은은 또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확대해 유동성을 흡수했다.
통안증권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65조7천억원으로 작년 11월 말보다 42조8천억원 급증했다.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한은은 외화 유동성도 상당부분 회수했다.
경쟁입찰방식 외환스와프 거래를 통한 공급액 102억7천만달러 중 대부분 자금을 거둬들였고 잔액 6억달러도 만기가 돌아오는 8월 전액 회수할 예정이다.
내년 2월까지인 한미스와프 협정이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300억달러 한도인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작년 12월2일 이후 163억5천만달러를 공급했으며 이중 83억5천만달러를 회수해 시중에 공급돼 있는 규모는 80억달러에 불과하다.
◇총액한도대출.지준율 조정하나
최근 부동산과 증시 등에서 거품 우려가 확산되면서 한은이 RP 매입분 회수 외에 총액한도대출과 지급준비율 조정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도 엿보이고있다.
총액한도대출 증액분 3조5천억원 가운데 4천억원이 소진되지 않은 채 남아있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9월에 4분기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책정하면서 한도를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총액한도대출은 금융위기 때 확대했기 때문에 내릴 수밖에 없다"며 시기와 규모의 문제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융위기 이후 지준율을 인하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준율 인상은 출구전략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유동성 흡수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 한은은 2006년 11월 지준율을 인상한 이후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준율은 한계가 있고 은행과 제2금융권 간 형평성 문제, 시간이 걸리는 문제 등으로 쉽게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다른 수단이 없다면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 출구전략 주목
금융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따른 집값 급등을 차단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시행할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20조원 규모의 은행 자본확충펀드는 지난 3월 4조원 지원되는 데 그쳤다.
금융감독당국은 올해 말까지 운영하고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하반기 은행권 사정이 악화되지 않는 한 연장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 보증 역시 상반기 중 하나은행만이 이용했기 때문에 연말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중소기업 보증 확대 정책도 점진적인 축소를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중소기업 신속지원프로그램과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은 예정대로 연말까지 시행하지만, 기업들은 연장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경영계획을 세우는 등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다음달 내놓을 한국판 터너리포트도 금융감독 차원의 출구전략으로 볼 수 있다.
터너리포트는 지난 3월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로드 터너 의장이 발표한 금융시스템 개혁 방안으로, 금융회사와 신용평가사, 헤지펀드 감독 강화 등이 담겨 있으며 금감원은 우리 실정에 맞은 개선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정책들은 여건 변화에 따라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며 "은행 건전성이 좋아졌기 때문에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지원을 전면 축소하면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건별로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