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재난영화를 표방한 [해운대]가 만들어진다고 했을때 이 영화의 관건은 쓰나미가 한번 확 몰아치는 성격인데 두 시간을 어떤 드라마로 채울 것이냐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가 개봉되기전 흉흉한 소문이 떠돌기도 했었고요. 재난영화에서 볼거리에만 치중하다가 허술한 드라마 때문에 말아먹은 할리우드 영화들도 많았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떠오르는군요.) 제 생각에는 '와~'하고 열광할 정도는 아니지만 관람료가 아깝다는 느낌은 안들 정도로 생각보다 만듦새가 좋더군요. 코믹을 곁들인 생활 드라마가 전개되다가 막판에 대놓고 신파를 사용해 주루룩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킹콩을 들다]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해운대]가 만듦새나 비주얼 측면에서는 뛰어난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크게 세 커플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해운대 상가번영회장인 만식(설경구)과 조그만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며 식당을 운영하는 연희(하지원), 해양지질학자인 김휘(박중훈)와 해운대에서 큰 행사를 주관하는 일을 맡은 유진(엄정화)은 이혼한 상태이고, 만식의 동생이자 119 구조대원인 형식(이민기)과 삼수생이지만 대학생이라고 거짓말하고 형식을 좋아하며 들이대는 지민(김유정), 이렇게 구성됩니다. 거기에 동네 건달 격인 김인권과 송재호가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오고요.
영화의 한시간 반 정도는 등장인물들은 각기 사랑과 애증 등이 얽히며 코믹한 에피소드가 곁들여지며 무난하게 흘러갑니다. 그러다가 엄청난 쓰나미가 밀려오며 이들은 각기 안타까운 사연을 풀어놓으며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컴퓨터그래픽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눈을 압도하지는 않지만 시각적 쾌감을 느끼기엔 충분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일부 캐릭터의 도식성으로 한계로 밋밋한 경우도 있지만 자연스럽거나 무난합니다. 특히 이민기가 연기한 형식 캐릭터가 제일 돋보이더군요. 어리바리 순진하다가 장렬한 최후를 맞는 장면은 이것저것 따질 것없이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김인권의 코믹 연기는 간혹 오바로 흐르기도 하지만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다가 역시 막판에는 묵직한 비극의 주인공이 되죠. 예상치 못한 재난을 맞아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생이별을 하거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참 기가 막힌 일이죠.
이런 점에서 아주 보편적인 공감대를 잘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앞에서 복선과 갈등을 정교하게 잘 깔아놓았기에 정서를 공유하기도 쉽구요. 다만 순직한 구조대원들 장례식의 기관장 멘트처럼 위닝샷을 날려 이미 눈물이 흐르는데 그래도 미심쩍다며 확인사살을 하는 장치가 몇 차례 나오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갑작스런 갈매기의 등장이나 광안대교 장면등은 오싹한 서스펜스를 효과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해운대]는 가족이나 연인끼리 친구끼리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여름용 한국형 재난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