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 검거에 이어 이번에는 국회의장석 점거를 놓고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본회의장 동시 농성 이틀째인 16일 양당은 상대당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양당 모두 본회의장을 점거, 언제든 의장석으로 돌진할 채비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관건은 누가 먼저 출발선을 넘느냐다.
한때 본회의장 점거와 관련해 '각 당이 10명씩만 남기자'는 신사협정안이 제시됐지만, 의장석 점거에 대한 상호 견제와 의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두 정당은 의장석 점거에 대한 속내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대당이 본회의장을 점거, 어쩔 수 없이 본회의장에 있는 것"이라며 네탓 공방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본회의장내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의해 의장석 점거의 신호탄이 오를 경우 물리적 충돌, 폭력국회로 직결될 수 있는데 따른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전략.전술 유출을 꺼린 극도의 보안 유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양당은 '의장석 점거' 내지 '상대당의 의장석 점거 저지'를 위한 세부 행동계획을 검토하는 등 수싸움에 한창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헌절인 17일 이후 의장석 점거와 관련한 모종의 움직임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 = 본회의장 점거 자체가 민주당에 대한 '감시' 때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의장석 점거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의 밤샘 대기는 농성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며 "민주당이 작년처럼 쇠사슬과 로프로 폭력사태를 유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감시"라고 밝혔다.
나아가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폭력행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자 자구행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의 이번 임시국회내 처리라는 기존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자구행위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간 합의 불발시 이들 법안의 유일한 처리 방법이 본회의 직권상정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의장석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17일 이전에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결단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핵심관계자는 "제헌절을 앞두고 직권상정이 이뤄질 경우 국회의 가장 큰 행사인 제헌절 행사가 엉망이 될 수 있다"며 "따라서 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17일 이후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나라당이 의장석 점거를 단행할 경우 그 시점은 '국회의장의 심사기일 지정' 직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를 위해 매일 50여명의 본회의장 대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철수하더라도 민주당의 강경파 10명은 잔류한다는 게 확정된 안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의장석 점거는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민주당이 의장석 점거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 본회의장 점거를 이어나가면서 한나라당과 미디어법 협상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물리적 봉쇄와 대화라는 '투트랙' 전술로 미디어법 단독처리를 막아내겠다는 것.
다만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끝까지 협상을 거부하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한 미디어법 단독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해 6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오는 25일까지 빈틈없이 본회의장을 점거하겠다는 계획이다.
당내에선 한나라당의 단독처리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의장석을 점거하자는 주장도 확산된 상태다.
의장석을 점거할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도 본회의 진행이 불가능한만큼 단독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의장석이 점거된 상황에서 미디어법을 단독처리하기 위해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과 함께 경위권까지 발동해야 한다"며 "국회의장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아직까진 의장석 점거에 나서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단 본회의장을 동시에 점거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수적으로 훨씬 우세한 만큼 섣불리 의장석 점거를 시도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의장석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기습적으로 단독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의장석 점거 시점은 최소한 제헌절인 17일 이후로 미룬 뒤 적당한 시점이 오면 기습적으로 의장석을 점거하자는 주장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