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한 사람을 조사하는 검찰의 최고책임자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발탁될 당시 그에 대한 언론보도는 '미래지향적인 검찰',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찬사 일변도였습니다. 미래와 개혁을 상징하던 천 내정자가 거짓말을 한 공직자로 판가름 날 때까지 언론의 검증기능이 얼마나 작동하고 있었는가를 살펴봅니다.
지난 6월 21일 SBS 뉴스는 이 대통령의 천 검찰총장 발탁이 인적쇄신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흐트러진 검찰조직을 다잡고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와 개혁으로 돌파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천 내정자 발탁의 배경에 대한 청와대 쪽의 설명과 비슷한 분석이었습니다. 이번 인사에 담긴 대통령의 검찰상, 곧 대통령은 검찰을 어떤 모습으로 바꾸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천 내정자에게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가를 짚어주지도 않았습니다. 뉴스는 천 내정자가 어떤 경로로 대통령에게 천거되었으며, 그의 검찰 경력 중 어느 부분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뉴스는 인사 발표가 있던 6월 21일 대표적인 공안통이며, 용산철거민 참사사건 처리를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천 내정자의 특징으로 들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특징을 대통령이 구상하는 검찰의 미래상과 연결시키지는 않았습니다. SBS 뉴스의 밋밋한 설명은 천 내정자의 발탁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힌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와 대조적입니다.
예컨대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용산참사 사건뿐만 아니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기소와 MBC 'PD수첩' 제작진 기소 등 정치적으로 미묘한 문제들을 과감하게 처리했다는 보도들입니다. 검찰총장 내정이 철회된 배경에 대한 SBS 뉴스의 분석 역시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했습니다. 15일 아침종합뉴스는 철회 배경에 대해 천 내정자의 처신이 대통령의 친 서민 노선과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8시뉴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재산축적 과정보다는 사업가 박 모 씨와 골프여행을 간 사실을 부인하는 천 내정자의 거짓진술이 내정 철회의 더 큰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내정철회의 결정적인 이유가 재산형성의 문제 때문이냐, 거짓 답변 때문이냐 하는 것은 공직자를 판단하는 대통령의 기준과 관련하여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천 내정자의 부적절한 처신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과 친 서민 노선 천명으로 얻은 효과를 상쇄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노선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서민에 대한 관심을 과거보다 더 자주 표현하고는 있지만 정책의 기조가 바뀌었다거나, 이 노선이 공직자의 청빈까지 요구한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뉴스가 친 서민 노선을 확립된 정책기조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말입니다.
SBS 뉴스는 지난 9일 강행처리냐, 강력저지냐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디어법 개정안의 대안을 민주당이 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민주당 대안의 핵심은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신문과 대기업의 진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보도기능이 있는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시장점유율 10% 미만인 신문과 자산규모 10조 원 미만인 기업만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날 뉴스는 민주당의 대안이 시간끌기용에 불과하다는 한나라당 쪽의 비판을 덧붙이고 끝났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시간끌기용이라기 보다는 협상용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뉴스는 6월 24일 국회 문방위 산하 미디어위원회가 민주당 쪽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채택한 보고서 내용과 민주당의 대안을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채택된 보고서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을 2012년 이후로 미루자고 제안했습니다. 대화의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디도스라는 이름의 신종 사이버 공격으로 대규모 인터넷 접속장애 사태가 발생한 다음 날인 8일 SBS 뉴스는 공격의 배후에 북한 또는 추종세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를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그러나 국정원은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9일 뉴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배후가 북한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고 미국 내 보안전문가들은 산업스파이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공격의 배후가 북한이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한 배후설은 아직은 추정일 뿐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북한 배후설을 유포하는 국정원, 이를 국정원 자신의 권한 강화를 위한 언론플레이로 몰아가는 민주당, 그리고 벌써부터 '국가적 위기'라고 단정하고 나서는 한나라당의 행동들이 모두 부적절했습니다. 이들의 주장들을 중계방송하듯이 옮기기만 한 언론이 상황을 더욱 부적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는 말로써 이루어집니다. 정치인의 말은 표현되는 주장과 속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밖으로 표현하는 말만 충실히 전하면 언론의 '사실보도'기준은 충족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실을 드러내 보일 수가 없습니다. 천 내정자, 미디어법, 그리고 사이버 공격 관련 보도가 모두 정치인들의 말만 보고 그 말이 가리고 있는 진실은 보지 못한 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