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이 농협중앙회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 등이 연루된 로비 의혹을 푸는 '열쇠'는 세종증권의 최대주주 세종캐피탈의 손익계산서였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회계분석수사팀이 10일 발간한 '기업회계분석 수사실무' 책자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세종증권 로비 의혹과 관련한 수사 과정과 기법이 자세히 담겨 있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자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 초기에 세종캐피탈의 2004·2005 회계연도의 손익계산서 분석에 착수했다. 세종증권의 매각이 이뤄진 2006년 1월 이전에 로비자금이 조성됐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계정을 포착할 수 있었다. 2004년도에 8억7천여만원에 불과하던 급여 지출이 2005년도에는 무려 65억5천여만원으로 증가했고 지급수수료 역시 5억4천여만원에서 50억6천여만원으로 늘어났던 것.
다른 항목의 완만한 비용 증가에 비하면 단기간에 급증한 것도 이상했지만, 다음 해인 2006 회계연도에는 각각 18억여원과 1억1천여만원으로 다시 줄어 '당시 집행된 자금이 비자금 조성 등 비정상적인 용도로 쓰였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했다.
이후 검찰은 세종캐피탈을 압수수색해 전산회계 자료와 법인 예금 거래 내역 등을 대조·분석했고 2005년도의 급여 가운데 50억원(세후 29억6천300만원)이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에게, 지급수수료 중 50억원이 남경우 전 농협사료 사장이 운영하던 IFK에 자문수수료로 지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세종캐피탈 주주총회 의사록 및 이사회 의사록을 검토했을 때는 이사의 보수 한도액을 7억원에서 50억∼60억원으로 변경하고자 총회와 이사회를 열었으며, 이 같은 증액이 이뤄지고 불과 5일 후에 홍 사장이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총 자산의 6.5%에 달하는 거액을 경영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은행 거래 내역을 중심으로 홍 사장에게 전해진 50억 중 세금을 제외한 29억6천300만원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 돈은 여러 차례 송금과 입·출금을 거치는 등 정화삼 형제와 건평 씨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은 IFK가 세종증권 매각거래의 자문을 하기에는 적절치 않음에도 거액의 수수료가 지급된 점도 조사해 인수제안서 등이 IFK가 아닌 세종캐피탈이 자체 제작한 것이며 D사가 사실상 로비에 필요한 비자금 조성에 활용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거액의 검은돈을 매개로 은밀하게 이뤄진 증권사 매각의 비밀이 회계장부의 치밀한 분석을 통해 완전히 풀리게 된 것이다.
검찰은 "기업회계분석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회계분석수사팀이 출범한 지 5년이 다 돼 간다.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축적된 전문지식과 경험이 체계적으로 정리, 전파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 책이 검찰과 수사관의 회계분석 수사 능력을 한 단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