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비정규직을 위한 자 누구인가!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지난 1일부터 근무기간 2년이 경과한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 조항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명색이 '보호법'인데 정작 보호됐다는 이야기는 없고 해고됐다는 이야기만 나온다.

그 점만 부각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런 건지 노동부는 통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고대란 해고대란 하는데 정말 대란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법이 제대로 정착돼 정규직화가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는 신호도 없다. 국민은 혼란스럽다.

정치권은 이구이성(異口異聲)이다. 한나라당은 '해고대란'이 현실화됐다며 호들갑이다. 민주당은 '해고대란'은 없다며 후속대책이나 논의하자고 외치고 있다. 양쪽 모두 대책을 세우자고 말하는데 가르키는 방향은 정반대다. 어느 쪽으로 달려야 하나.

대책이 필요하다는 건 많건 적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치권은 하루 종일 이 문제로 싸우는데 정작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5인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노동계는 이미 최후통첩을 보낸 뒤 자리를 떴다.

비정규직을 위하는 자는 누구인가?

한나라당은 외부적 충격으로 발생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기업들이 (특히 중소,영세기업) 바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여력이 없으니 경제사정이 호전될 때까지 법 적용을 유예해 놓자는 입장이다. 또 그 기간동안 이 법 제정 당시부터 잉태됐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등 근본적 문제도 논의해 대책을 세우자고 한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한나라당과 민주당, 노동계 모두 논리는 있다.

광고
광고 영역

민주당은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이미 구조조정을 상당부분 끝낸 상태로 필수 인력만 보유하고 있어 법을 그대로 시행해도 해고대란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또 설사 해고된다해도 이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기업에 취업하기 때문에 (회전문 효과) 실제 직장을 잃는 사람은 정부 주장처럼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법 적용을 유예하면 이들의 정규직화만 늦춰진다는 것이다.

노동계도 민주당 주장과 비슷하다.

누구 말이 맞나?

정답은 "시행해보면 알 수 있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행해봐도 알기 힘들다"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1년 동안 70만에서 1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과 노동계는 많아야 3, 40만이라고 반박한다. 누가 옳은지 따지려면 통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부도 노동계도 정치권도 아무도 모른다. 누가 해고되고 새로 고용되는지 파악 자체가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비정규직이 몰려 있는 영세기업들은 고용 실태 파악이 더 힘들다. 누구 말이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얘기다.

한꺼풀 벗겨보면 저마다 속내도 다르다.

한나라당은 여당으로서 일단 실업률이 올라가는 게 부담이다. 그러니 일단 법 적용 유예가 유리하다. 또 기업친화적 성격이 짙은 한나라당의 특성상 기업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기업의 고용부담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당내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지지층을 감안할 때 노동계에 반하는 정책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노동계를 포함한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도 민주당에겐 힘이된다. 또 불행히 일부 해고사태가 발생해도 이는 그 간 대책수립에 소홀해온 정부와 여당의 1차적 책임이 큰 만큼 야당인 민주당에게는 적어도 정치적 측면에서는 실보다는 득이 많다.

노동계는 정규직화 라는 '대원칙'에서 물러나기 힘들다. 특히나 협상 대상으로 나선 주체가 정규직 중심의 노총인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자칫 양보안을 냈다가 '비정규직'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오히려 정규직 문제보다 운신의 폭이 좁다.

좀 심하게 말하면 각자의 명분과 실리에 갇혀 진짜 비정규직 사태를 실체를 보고 그에 대한 해법을 고심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 보이는 게 국회에서 느낀 현실이다.

정치는 대화다. 대화와 타협이 필수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의 비정규직법 논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선으로 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광고
광고 영역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편집자주] 예리한 시각과 꼼꼼한 취재가 돋보이는 남승모 기자는 2000년 SBS 공채 8기로 입사해 사회부,경제부를 거쳐 정치부 정당 출입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특유의 적극성으로 활발한 현장취재를 통해 복잡한 정치 현장의 맥을 짚어주는 기사들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