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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추억 - 양평 중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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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나는 운전을 좋아한다. 스피드도 즐기는 편이다. 누가 나에게 너는 안전운전만 하느냐, 적어도 조용하게 운전하는 편이냐고 묻는다면 사실 난 그 대답에 별로 할 말이 없다.

부드러운 엔진 소리와 음악 소리를 하늘로 날리며,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면서 도로를 달리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 고향 인천에 있을 땐, 참 이곳저곳을 달렸었다. 지난 3.1절 폭주 때, 나는 스스로 운전하며 폭주 그룹을 따라갔다. 그때도 아끼는 VJ 현우 씨와 함께 폭카들을 따돌리며 폭주하는 오토바이들의 행렬에 붙어 있었다. 인터뷰를 하고 그림을 만들었다.

그런 내가 양평 중미산에 칼을 들이댔다. 보이지 않지만 날카로운 그 칼을..

<중미산>

경기도 양평군 옥천읍 신복리 산194-1번지와 산189-1번지를 통과하여 가평군 설악면으로 넘어가는 37번 국도. 이 산의 해발고도는 550미터. 산 정상까지는 대략 7km.

구불구불 이어지는 이 길을 사람들은 폭발적인 속도로 내달렸다. 성남 갈마산과 포천 44고개와 달리 이곳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커브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 와인딩을 즐기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곳은 가파른 커브길 중간마다 어느 정도 직진 길이 있어 가속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아웃인아웃, 슬로우 인 페스트 아웃>

혹자는 나에게 묻는다. 200km라고? 그 차를 취재진이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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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선수를 겸하고 있던 그는 농담도 던지며 운전했다. 자신이 초보라고 하는 사람도 140km를 밟고 있었다.

안쪽 코너에 최대한 가까이 붙는다. 코너가 시작되기 전 저단 기어로 변속. 투둑. 폭발적인 엔진의 힘. 회전.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들리는 스피드 귀신의 곡.

중앙선에 가까이 붙었을 때 갑자기 나타나 시야를 가리는 반대편 차량의 HID 불빛.

머리가 솟구쳤다. 야릇한 희열도 느껴졌다. 하지만 불법이다. 엄연히. 삶과 죽음의 갈림길은 아니었더라도 어떠한 갈림길이 눈앞에서 스쳐 지나갔다.

속도와 함께 창문을 통해 밀려드는 바람은 점점 강해진다. 하지만 그들은 창문을 활짝 열고 운전한다. 타이어의 상태를 소리로 살피기 위해..

<사고>

소방서에 찾아가 출동일지 몇 개월 치를 일일이 확인했다. 대물 피해만 있으면 소방서에 연락이 가지 않아 사고 접수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소방서에서 출동한 사고는 인명피해가 확실하다.

3개월치를 확인했다. 최소 15건이었다. 올해 15번이라고 썼지만 그 정도가 최소다.

확인이 되지 않는 출동도 있었고, 병원이 직접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이 다른 차에 싣고 양평에 그나마 큰 병원인 길병원으로 직접 가기도 했다.

사전 취재했었던 몇 건의 사고들이 소방서 출동 일지엔 없었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중미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만난 견인차. 그의 말이 팩트로 뒷받침되지 않았지만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서 정황을 다시금 포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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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직접 주변 마을을 돌았다. 산 안에는 인가가 없다. 사실이다. 그 길 주변엔 포장마차들만 자리 잡고 있다. 그 포장마차들의 주요 고객이 그 운전자들이기에 이들이 고통을 호소하진 않는다.

하지만 주민 피해는 여전하다. 업 클라임 대기 장소인 과적 단속 공간. 그 주위에 인가. 그 사람들이 첫 질문을 꺼내자마자 얼마나 많은 말들을 토해냈는지.

자신은 최대한 피해를 줄이려고 이곳에서 하고 있다는 말은 초라한 변명.

인가가 없다는 말은 애써 눈을 가린 것일 뿐.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

좋다. 그럼 내가 보고 온 것은 뭔가. 밤을 지새우고 며칠 동안 그곳에서 뻗치면서 보고 들은 것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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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들은 왜 "속도"만 말하고 있을까?

불법 개조된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굉음은? 주변 인가들의 피해는?

당장 다음 주부터 타서 경찰들과 함께 나가도 단속할 수 있는 조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은 그들 자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경찰>

기사는 여기서 나왔다. 헛웃음이 나왔다.

이곳에서 나는 꼭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흔들리던 마음이 여기서 잡혔다.

"요 근래 들어온 사고가 없었어요. 올해 들어온 사고가 없었어요."

=> 소방서 출동일지에 적힌 '경찰에 통보'는 무엇인가.

"단속을 못 하죠. 어떻게 단속합니까. 순찰차로 따라갈 수 없잖아요." "6번 국도가 (신고가) 많이 들어와요. 서울에서 양평 오는 사이에 오토바이가 차 사이로 막 들어오잖아요. 37번 국도는 차도 많이 안 다니고 그러니까 신고 별로 안 들어와요."

=> 주민들은 나에게 경찰이 뭐 단속할 수 있겠느냐고 전했다. 시골 사람들은 그냥 참는단다. 하지만 경찰이 한 다음 말에 나는 화가 치밀었다.

"주민들도 특별하게 장사하는 사람들이 좀 피해볼 수 있어도, 거기 산골인데 거기 넘어가면 바로 가평군인데 주민들이 거기 가나요. 주민들 실질적으로 피해는 없어요" 

=> 주민들은 양평군청, 양평경찰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 보다. 중미산 주변 주민들은 세금을 안 내나? 그냥 참는 주민들이 불쌍했고, 그들이 경찰을 떠올리며 느끼는 무력감도 왜인지 알 수 있었다.

"과속방지턱은 국도기 때문에 만들지 못한다는 거예요. 우리도 만들고 싶은데." 

=> 건의는 해봤는지.  사망사고 발생지점. 사고 다발지점 표시를 하면서 왜 필요한지는 말해 봤는지.

"중앙분리대는 만들 수가 있는데, 대형차가 지나갈 때, 중앙분리대 설치하면 폭이 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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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중미산 정상에서 가평으로 가는 길에는 왜 있을까?

"자동차는 거기 과속할 수가 없죠. 거기서 과속하는 자동차 있나요. 거기 한번 밟아보세요. 거기가 내려올 때도 7,80밖에 못 밟아요. 그렇지 않으면 도로를 이탈한다고요."

=> 밟아 봤다. 옆에 타봤다.

"가 본 정도가 아니라, 서종면을 가려면 다 그쪽으로 가요."

=> 눈을 감고 가셨습니까.

<왜>

왜 달립니까? 전율. 스트레스 날리기. 왜 이곳에서 달립니까? 서울 인근지역 단속을 피해, 그나마 인적이 드물고 차가 없는 곳이라.

하지만 내가 묻지 못한 것이 있다. 내가 기사에 쓰지 못한 것이 있다. 왜 이곳에서 달릴 수 밖에 없는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10대나 20대 초반의 시내 도심 폭주족들과 그 질이 다르다. 그래서 기사에서도 폭주족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리 거칠지도 않았다.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10대 폭주족들이 거칠고 악하다는 말은 아니다. 이들에게 와인딩이란 일종의 "취미"였다.

이들의 취미를 즐길 수 있게 그들만의 안전한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정말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뿐일까?

단지 차가 좋아서 운전이 좋아서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즐기려는 사람들과 차가 좋고, 운전이 좋아서 남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폭주족들이 어느정도 나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외쳐도 다르게 구분하기 힘들다. 피해는 피해고, 불법은 불법이다.

어느 누군가가 법망을 피한다고 욕하지만 나는 좀 피해도 된다는 생각이 어떤 것인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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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2부의 귀염둥이 김도균 기자는 2008년 SBS 보도국에 입사한 사건팀의 새내기 파워입니다.  항상 뜨거운 가슴으로 거친 현장과 호흡을 함께하고 싶다는 김 기자는 경기도 군포 연쇄살인 사건 등 대형사건.사고를 취재하며 날카롭고 현장성있는 기사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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