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협상이 끝내 결렬된 채 법 시행 D-데이인 `7월1일'을 맞으면서 여야간 득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회의 처리가 불발되면서 여야간 정면 충돌이라는 극한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를 볼모로 한 승자 없는 싸움으로 귀결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선 우선 강행처리라는 무리수를 두지 않음으로써 최대 뇌관인 미디어법 처리를 위한 명분을 축적했다는 있는 분석이다. 단일 회기 내에 직권상정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두 차례나 꺼내드는 것은 현실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
표면적으로는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고 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을 압박하는 등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실제적으로는 단독처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러한 측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경고대로 실업대란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 책임론으로 몰고 가면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무리하게 강행하느니 예정대로 법이 시행돼도 정치적 손해는 크게 없다는 계산인 셈이다.
여기에는 지난 96년 집권여당인 신한국당 시절 '노동법 날치기' 사태로 인한 후폭풍의 '악몽'도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의지만 갖고 있었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음에도 또한번 공룡정당의 무기력함을 노출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스스로 실업대란을 예고해 놓고도 집권여당으로서 이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협상 결렬의 결과물로 '유예 불가'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게 돼 '개악'을 피하는 명분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이를 통해 주요 외부연대 대상인 노동계를 계속 우군으로 확보, '민주개혁진영'의 지지를 이어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이 협상 과정에서 강경 입장을 편 데는 노동계의 눈치를 본 측면이 가장 컸다.
그러나 실업대란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경우 강경론 고수에 따른 책임을 뒤짚어 쓰면서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대목은 최대 부담이다. 이 경우 미디어법 저지를 위한 동력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협상 불발로 등원 거부에 대한 부담도 더 커졌으며 반대만 일삼는 '발목잡기'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고심스런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책임과 관련해 제시한 5대 요구조건에 이어 비정규직법 협상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면서 존재감 부각에 잇따라 타격을 입었다는 해석도 있다. 여기에 향후 전선이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으로 분산,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여야 공히 비정규직법을 계속 방치하다 시행시기 유예라는 미봉책에만 매몰, 해법을 찾지 못한 정치력 부재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책임론 공방과 이해득실 계산 속에 정치를 실종시켰다는 비판도 고조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