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28일 또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영화감독 유현목 선생께서 향년 84세를 일기로 타계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유 감독은 1956년 영화 [교차로]로 충무로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후 1995년까지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대종상 감독상을 9차례나 수상할 정도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명감독’ 이었습니다.
그분의 작품을 많이 접한 것은 아니지만 그 가운데 [오발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1961년 작품 [오발탄]은 한국영화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대학시절 축제 때 열린 영화제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 조잡한 화질과 음질을 자랑(?)하는 복제 비디오를 통해 러시아나 독일, 미국의 고전 영화들을 간간이 접하며 갈증을 달래기도 했었는데, 흑백 필름의 한국 고전영화를 처음 접하는 기회였습니다.
1961년에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할 정도로 당시 사회상을 정확히 반영하며 시대의 아픔과 고뇌를 잘 담은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화이트칼라인데도 판자촌을 벗어날 수 없는 비참한 운명에 괴로워하는 주인공 김진규,전쟁에서 돌아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말썽 부리는 동생 최무룡,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가자! 가자!”를 외치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모…….
1950년대 말 자유당 말기의 출구 없이 답답한 사회상과 서민의 고통, 분단의 아픔까지 깔며 날카롭게 시대상을 묘사했습니다.
김진규의 고질적인 치통을 통해 그 아픔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도록 한 장치도 감탄할 만 했습니다.
1960년 4.19 혁명의 훈풍이 이 작품의 탄생을 도왔지만 바로 다음해 일어난 5.16 쿠데타의 삭풍은 이 영화에 상영금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불온한 영화로 보였겠죠.
유 감독은 1976년부터 20여년 가까이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후배 영화인들을 길러냈습니다.
그의 동료와 후배, 제자들은 '대한민국 영화인장'으로 고인의 장례를 치를 예정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