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29일 현행 초중고 내 신제도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를 벌여 연말까지 '내신 선진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힘에 따라 내신을 둘러싼 논쟁이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교과부의 이번 방침은 최근 여권이 제시하는 사교육 대책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지만, 단순히 그 차원을 넘어 공교육 개혁을 위한 근원적 처방으로서 내신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학교 교육을 바꾸려면 내신 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교육계에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나 그 논의의 폭이 워낙 크고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추진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 획일적 내신이 문제
'내신'(內申)이란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 필요한 학교 성적, 즉 중학교의 경우 고교에 진학할 때 필요한 학교 시험 성적,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에 필요한 시험 성적을 말한다.
교육계에서 지적하는 현행 내신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준차가 다양한 학생들을 똑같은 시험지로 획일적 평가를 한다는 점이다.
가령 A학교의 국어교사가 모두 5명이라면 교사마다 수업 방식이 모두 다르고, 그에 따른 평가 방법 또한 달라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우리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어떤 교사가 가르치든 수업 내용은 비슷하고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 중간ㆍ기말고사 시험 내용도 동일한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획일적인 내신제도가 자리잡게 된 데에는 학교교육이 대학 입시에 종속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신이 대입 전형 요소의 일부로 종속돼 있다 보니 학생들을 쉽게 서열화하는 방식으로 시험이 치러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서울 창동고 국어교사인 이기정씨는 지난해 펴낸 '내신을 바꿔야 학교가 산다' 라는 저서에서 현재의 획일적인 내신 평가제도를 완전히 뜯어 고치지 않는한 결코 학교 교육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학생 개개인의 취향과 능력을 고려한 수준별 수업, 교사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교수법을 적용한 수업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수업을 하향 평준화 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현행 내신 제도라는 것이다.
특히 학교 수업의 질이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내신만 강화하는 정책은 공교육 정상화에 독을 뿌리는 것이라고 이씨는 주장한다.
그는 "내신 강화는 자칫 학생에 대한 교사, 학교의 과도한 지배만을 낳을 수 있다"며 "학교가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내신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신을 죽 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당이 사교육 절감을 위한 긴급 대책의 핵심 방안으로 내신 절대평가 전환 및 내신비중 축소안을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사교육 주범도 내신?
학교 내신이 사교육의 가장 큰 주범이 되고 있다는 판단도 내신제도 개선 논의의 큰 배경 중 하나다.
수능은 시험의 특성상 사교육으로 쉽게 점수를 올리지 못하는 반면, 단순 암기 위주의 과거 학력고사 스타일을 유지하는 학교 시험은 사교육의 힘을 빌리기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교원 58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사교육 경감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내신 절대평가 전환 및 내신 반영 비율 축소'를 꼽은 응답이 전체의 37.65%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단지 내신을 약화하는 것만으로는 사교육을 잡을 수 없으며 오히려 공교육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내신 부풀리기 등으로 인한 내신 신뢰도 저하 문제, 이로 인한 대입에서의 내신 무력화 가능성 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정책대안연구소 김성천 부소장은 "고교 사교육은 내신이 아닌 수능 준비용"이라며 "내신 절대평가는 공교육을 무력화하고 대입에서 수능 비중을 강화시켜 결국 특수목적고 학생들만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를 덜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각 대학이 활발히 추진 중인 입학사정관제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과부가 검토하려는 내신제도 개선의 핵심은 획일적인 평가 방법을 지양하고 학생 개개인의 수준차, 취향, 잠재력을 다양하게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하자는 것인데, 이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와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