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자살을 암시하는 편지를 남기고 종적을 감춘 남성에 대한 실종신고를 무시했다가 이 남성이 수개월 뒤 주검으로 발견돼 유 족이 반발하고 있다.
23일 서울 강서경찰서와 A(39)씨의 친형 등 유족에 따르면 1월8일 애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A씨는 같은달 22일 애인에게 빵과 편지가 담긴 소포 한 통을 보냈다.
편지에는 "마지막이다. 잘 살아라. 다시는 못 볼 것 같다"라는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있었다.
여성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 들은 A씨의 지인들은 며칠 뒤 자살의심 신고를 하 려 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계를 찾았다.
그러나 경찰은 편지까지 확인하고도 신고자가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인들의 신고를 무시했고, A씨의 소포를 가족에게 전달해 달라는 부탁도 받아들이 지 않았다.
그후 4개월 뒤인 5월20일 A씨는 경기도 수원의 한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 차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원지역 경찰은 차 안에 유서가 있었고, 밀폐된 공간에서 연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A씨가 연탄가스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A씨 유족은 경찰이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나서 신속히 조사에 나섰다면 A씨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다며 강서경찰서의 `無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A씨의 친형은 "동생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집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이었다"며 "동생 지인들의 간곡한 부탁에도 실종 신고조차 받아들이지 않은 무신경한 경찰이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A씨 지인들을 만났던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채무 관계에 얽힌 사람을 찾으 려고 허위로 실종 신고를 하는 사례가 많아 당사자 신고 원칙을 고수했을 뿐 사건 처리를 회피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