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8대 총선 당시 '폴리페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서울대가 추진해온 교수들의 '외도 제한책'이 결국 '용두사미'가 될 전망이다.
15일 서울대가 내놓은 휴직규정 초안은 지금껏 어려웠던 교수들의 학기중 선출직 공무원 출마를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함으로써 정계 진출의 문을 오히려 넓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공무원법상 선거 출마는 교육공무원의 휴직 사유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대 현직 교수들은 지역구 공무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더라도 당선 때까지는 교육.연구활동을 계속해야 해 선거운동에 전념할 수 없었다.
18대 총선에서 서울대 현직 교수로는 처음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한 체육교육과 김연수(40.여) 교수가 '육아휴직' 명목으로 휴직계를 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의를 내팽개치고 선거운동을 벌여 물의를 빚은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김 교수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며, 이를 계기로 지난해 4월부터 관련 규정 정비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새 규정 초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서울대 교수들은 비록 한 번이지만 선거운동에 대한 걱정 없이 선출직 공무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 정계 진출의 문이 오히려 넓어지는 셈이 된다.
학교측은 이 같은 우려를 없애기 위해 휴직 허용 심사를 학과·학부와 단과대·대학원 인사위원회, 총장 결재의 3단계로 강화할 방침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서울대가 소속 교수들의 무분별한 정계진출 시도를 억제한다는 당초 취지와 배치되는 규정안을 내놓게 된 것은 얄궂게도 '폴리페서'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공무원법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위법인 공무원법이 보장한 공직 진출의 권리를 하위법인 대학 내규로 제한할 경우 위법ㆍ위헌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불만을 가진 교수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백전백패라는 법적 장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공직선거 출마를 위한 휴직을 양성화해 교수들이 강의를 내팽개치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는 데 만족했다는 것이 학교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서울대 안팎에서는 "결국 당사자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로 그치고, 대학이 공언했던 관련 제도 정비도 `용두사미'로 끝나 버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