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연평도에서 인사드립니다.4월은 봉하마을 출장이 있었는데 이번달에는 연평도 출장이 잡혔습니다. 초보 방송기자로서 짧은 기간 이곳저곳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해 보네요.
여기 와서 지인들과 통화를 하다보니 적잖은 분들이 연평도 출장을 왜 갔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북한에서 동해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서해5도를 통행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겠다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을 모르시진 않을텐데 말이죠.
그 만큼 일반 사람들은 이런 상황도 자주 반복되다 보니 그저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 일 없이 조용해질 수도 있고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생길수도 있겠지만요.)
저 뿐만 아니라 여러 언론사 수십명의 기자들이 연평도에 들어와 북한군의 동향에 따른
주민들의 생각이나 군의 움직임 등을 전하기 위해 각 자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연평해전도 그랬고 북한이 이럴라치면 '서해 긴장감 고조', '軍 초긴장' 등 수식어를 써가며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북한의 움직임을 심하게 왜곡하는 것도 아니지요. 그런데 막상 이 곳 주민들은 그 정도로 심하게 불안감을 느낀다거나 걱정을 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는 안 이랬나 정도 수준이라고 할까요? 언론들은 불안해한다고 기사를 써 대는데
당사자들은 괜찮다고 하고 있는 거지요. 오히려 일부 주민들은 언론에서 불안하다고 기사가 나가니까 어업에 제약이 생기고 뭍에 있는 지인들이 계속 전화가 와서 귀찮다며
불만을 토로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연평도에서 짧은 기간 동안 이런 일을 접해보니까 우리 나라에 대해 보도하는 외신과 한국 국민들과의 인식의 괴리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외신들은 분단 국가인 한국은 남북이 총을 항상 겨누고 있어 항상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고 북한과 미국의 분위기만 험악해져도 불똥이 한국으로 튀는 것이 아니냐 등 보도를 쏟아내죠.
하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불안해 하거나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전 처럼 공안정국을 조성한다고 해서 거기에 넘어갈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고요. 요즘도 사재기를 한다던지 하는 모습은 거의 없잖아요?
어떤 분들은 그 동안 과거 친북정권이 주민들의 안보의식을 약화시켜서 이런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구요.
긴장이 고조된 것은 사실이지만 혹 언론이 지레 흥분해서 주민들에게 불안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와 본 연평도에 와서 꽃게라도 한 번 먹어봐야할 텐데 길어지는 섬생활과 고갈되는 아이템 속에서 맘 편히 꽃게가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서울 돌아가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보도국 사회2부의 박상진 기자는 2005년 신문기자로 시작해 2008년 SBS로 둥지를 옮겨 사건팀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꽁꽁 숨겨진 진실을 찾는 고된 작업에 묵묵히 몸을 던진다'는 박기자는 오랜 법조계 취재경력과 함께 지난해 말에는 용인 창고 화재 참사 당시, 대피를 알리는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특종 보도해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