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캐나다 간 협의 기간 종료가 임박함에 따라 이 사안이 본격적인 통상 분쟁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 캐나다 쇠고기, 분쟁해소패널 가나
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캐나다가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이래 양국이 벌여온 협의의 시한이 8일로 만료된다.
이때까지 우리나라와 캐나다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캐나다는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분쟁해소패널의 설치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분쟁해소패널은 WTO 회원국들로 구성된 일종의 재판부다. 이 문제가 분쟁해소패널로 넘어가면 지금까지 당사국 간 협의로 해법을 모색하던 데서 제3의 기구를 통한 분쟁 해결 단계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분쟁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9일이 지나고 캐나다가 요청하면 분쟁해소패널을 구성해 정식으로 제소 절차에 들어간다"며 "아직까지 협의가 안 돼 그쪽(분쟁해소패널)으로 갈 것 같다"고 최근 말한 바 있다.
물론 캐나다가 당장 분쟁해소패널로 가기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양자 협의를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 분쟁해소패널로 갈 경우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통상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데 이 기간에는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할 수 없다. 캐나다로선 그만큼 실익을 놓치게 된다.
또 분쟁해소패널로 간다 해도 중간에 양자가 합의점을 찾으면 분쟁은 즉시 종료된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축산농가를 대표하는 캐나다우육수출협회의 한국지사는 최근 "양자협의의 결렬로 정식 분쟁조정 절차로 들어간다면 캐나다 측이 공식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기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로선 한국이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겠다'고 해도 수용하겠지만 분쟁해소패널로 가면 뼈 없는 살코기는 연령 제한 없이 교역할 수 있도록 한 OIE 기준으로 요구 조건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한국에 명확한 수입 재개 일정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캐나다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려면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해 행정부로서 확정적인 일정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이하 가축법)은 광우병(BSE.소해면상뇌증) 발생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할 때 국회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캐나다가 분쟁해소패널을 택할지, 말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만약 분쟁해소패널로 간다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또 당당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가축법 개정해야" vs 국회 "필요 없다"
농식품부는 이와 별개로 가축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이 법은 캐나다가 한국을 WTO에 제소하면서 문제 삼은 법이기도 하다.
한쪽에선 캐나다와 협의를 벌이면서 다른 한쪽에선 이 법을 개정해 분쟁의 빌미를 없애겠다는 '투 트랙' 전략인 셈이다.
장 장관은 최근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별다른 실익은 없으면서 국제적으로 교역 장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도"라며 "의원 입법으로 법을 개정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는 대목은 국회 심의 조항과 광우병 발생일로부터 5년 내에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모두 지난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거치며 개정된 내용이다.
농식품부는 이 법을 고치면 캐나다와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무역 분쟁의 소지가 커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법권을 쥔 국회는 부정적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식습관이 곱창이나 머리 등을 즐겨 먹어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해 광우병 위험 노출도가 높다"며 "쇠고기 수입 제한은 각 나라가 국민 정서나 식습관을 고려해 주체적으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가축법은 국회에서 여야가 국민의 엄청난 요구를 받아들여 개정한 것"이라며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이계진 의원도 "가축법이 문제가 돼서 제소를 당하는 상황이 되면 그때 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서둘러 논의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법 손질이 민감한 광우병 불안감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가축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