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 위협을 서슴지 않는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금융제재'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미국내에서 갑작스럽게 미화 100달러 위폐인 '슈퍼노트'가 현안으로 부각되고 북한 정권 실세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이른바 '제2의 BDA(방코델타아시아)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4일 현재까지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미 정부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에 금융제재 방안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논의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이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보유한 중국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다. 북한의 동맹으로서 중국은 현재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한 북한에 대한 응징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 측면을 고려해 입장 정리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슈퍼노트 개입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마치 2005년 9월 전격 단행된 미 재무부의 위폐단속을 계기로 북한의 존재감이 부상했고 결국 이것이 BDA에 있던 북한자금 2천500만달러를 동결하는 'BDA 사태'로 연결된 것과 비슷한 흐름이 다시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내의 이런 움직임이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앞두고 북한의 불법적 활동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워싱턴타임스(WT)는 최근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오극렬 대장과 그의 일가가 슈퍼노트 제작과 유통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미국과 해외정보기관 관계자들 및 보고서 자료를 인용해 지난 2일 보도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슈퍼노트' 9천904매를 밀반입한 일당이 부산에서 구속되는 등 한국내에서도 위조달러 문제가 제기됐고 이 사건에 북한이 개입돼 있는 지 여부가 현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방한중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수행중인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의 서울 행보가 특히 관심을 끄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레비 차관은 4일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과 만나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레비 차관은 2005년 'BDA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그가 지휘하는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해외 각국에 있는 북한자금을 찾아 동결하기위해 2006년 1월 한국 등 동남아 몇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사실 미국 재무부의 금융제재는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05년 9월 미 재무부가 북한과 거래하던 마카오의 BDA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으로 잠정 지정한 뒤 북한은 심각한 고통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형적으로는 불법거래 의혹을 받은 북한자금 2천500만달러가 동결된 사건이지만 미 재무부의 이 조치 이후 세계의 모든 금융기관은 북한과 정상적인 자금거래를 한동안 하지 못했다.
어찌보면 간단한 조치로 보이지만 세계 최강 미 재무부의 발표는 BDA의 신용을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마카오의 금융질서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미 재무부 조치 이후 2006년 상반기에만 전 세계 30개 가량의 금융기관이 북한과 금융거래를 축소하거나 단절했다.
따라서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응징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미 정부가 금융제재를 검토하는 한 조만간 대대적인 '북한 돈줄죄기' 바람이 다시 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BDA 방식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가다. 2005년 BDA 사태 때에도 중국은 매우 불쾌한 감정을 미국측에 피력했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설득할 지가 금융제재 카드가 실제 동원될 것인지, 그리고 동원될 경우의 파괴력을 가늠하게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