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끝없이 펼쳐있는 하얀 설산... 그리고 빙하 위에서 텐트를 치고하는 생활... 베이스캠프에서의 생활은 마치 군생활 같았습니다.
어느날은 여기를 내려가면 다시는 히말라야 쪽으론 오줌도 안 눈다고 다짐하다가도... 어느날 밤 설산 너머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이곳을 내려가면 왠지 이곳이 그리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 곳에서의 한달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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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8시 55분 비행기였다. 새벽부터 부산을 떨고 그렇게 나는 카트만두에 왔다. 평소 같았음 카트만두 거리를 신기해하며 사진도 찍고 할텐데 이번은 달랐다. 출장 전, 색다른 곳에 간다는 설렘이 컸었지만 출장 전날 개인적인 일이 생기면서 출장에 대한 모든 의지가 사라져버렸다. 이 출장 빨리 끝나야할텐데... 50년대 서울 거리 같다는 카트만두 거리를 보며 머리속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다.
숙소에 도착했다. '빌라 에베레스트'란 곳이다. 2007년 박영석 원정대의 에베레스트 횡단을 동행 취재했던 이강 선배의 명함이 보였다. 나도 명함을 하나 꽂아두고 싶었는데 남은 게 없었다 --;;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해야할 일이 있었다.
신발 사기... 원정대에서 옷과 장비가 모두 나왔지만, 나는 신발을 새로 구해야 했다. 내 신발 사이즈는 300. 원정대가 지급해준 건 285였다. 그나마 협찬사가 지급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었다는데 아쉽게도 너무 꽉 끼어서 신을 수가 없었다. 이것도 출발 이틀 전에야 받았다 --;;; 한국에서 따로 찾아볼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카트만두에 가면 외국인들 많으니 큰 사이즈 많다는 먼저 다녀온 선배들의 말만 믿고, 난 등산화도 없이 카트만두에 왔다.
숙소에서 3분 정도 걸으면 타멜 거리라고 외국 관광객을 위한 거리가 있다. 서울로 따지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하지만 생각 외로 내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찾긴 쉽지 않았다. 내 사이즈를 이야기하면 신발 가게에서 제일 큰 걸로 가져오곤 했는데 그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다. 6~7개 가게를 뒤진 끝에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찾았다.
요즘은 조금 사정이 달라졌지만, 한때는 난 디자인을 볼 자격이 없었다. 그냥 사이즈 맞는 게 있음 흥정해서 사는 식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이 친구들은 70달러를 요구했다. 같이 간 SBS스페셜팀의 국장님이 흥정을 했다. 국장님은 오지 전문 PD인지라 히말라야에 왔던 경험이 많았다. 이 친구들 외국인에게 바가지 씌우는 거 장난 아니니 40%는 깎아야 한다며 국장님이 흥정에 들어갔다.
40달러에서 시작했다. 45달러...55달러...맞서다 결국 50달러에서 합의를 봤다.
저녁은 만찬이었다. 삼겹살에 신기하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부 조림도 있었다. 한때는 라마 승려가 될 뻔 했다가 한국 원정대의 요리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이 게스트 하우스의 앙도르지 사장 덕분에 이 게스트 하우스는 한국 음식 맛이 좋았다.
다음날 아침 5시 50분, 역시 한식으로 아침을 먹고 카트만두 공항으로 떠났다. 악명높은 루클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다.
루클라는 2840미터에 있는데 초모랑마 기행을 위한 출발지다. 근데 고지대에 있다보니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 비행기 결항이 수시로 있다고 한다. 작년 출장팀은 날씨 때문에 나흘을 기다렸단다.
그러나, 운이 좋았는지 나는 한 번에 아침 7시 반 비행기를 예정대로 탔다. 이번 출장 웬지 쉽게 풀리고 빨리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