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보호 신청을 앞둔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블루칼라 근로자에게 안정된 직장과 중산층으로의 신분상승 기회를 제공해준 하나의 거대 왕국이었다.
게리 체이슨 클라크대 교수는 "GM은 제조업의 우위와 근로자들의 좋은 직장을 의미했는데 이제 이것은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높은 수준의 임금을 이끌어내면서 GM 근로자들은 자택과 별장, 보트를 소유할 수 있었으며 직원 할인가로 구입한 자동차로 여름 휴가를 떠나는 등 중산층의 생활을 누렸다.
GM 근로자들은 또 건강보험료를 부담할 필요도 없었고 충분한 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받았다.
세계 최대의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컸다. 1962년 당시 GM은 미국에서 46만4천명과 전세계 60만명을 고용, 140개국에 진출했으며 수익 규모도 대부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GM에 좋은 것은 곧 미국에 좋은 것"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GM의 신화는 그러나 1980년대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 석유위기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보다는 작고 효율적인 차량을 선호하기 시작했으며 이 틈을 타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자동차가 시장을 파고들었다.
빅3는 1990년대에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개발로 활로를 뚫으려 했지만 이 조차도 일본의 작고 효율적인 SUV에 막혀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테렌스 구에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GM은 미국인들이 당연히 자사 제품을 구매하리라는 자만에 빠져 일본 자동차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05년부터 지난 1.4분기 사이 GM의 손실액만 880억달러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와 아시아 지역 GM 공장이 하나 둘 문을 닫았으며 자동차 공장으로 활기가 넘쳤던 미시간주 플린트시가 쇠퇴하는 등 한때 부유했던 지역은 침체된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1981년에만 해도 44만명에 달했던 GM의 시간제 근로자는 2000년에는 13만3천명으로 줄더니 8년 뒤에는 6만2천명으로 감소했다.
GM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노조 가입 근로자도 2011년까지 3만8천명으로 줄어드는데 이는 20여년 전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GM 근로자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높은 수준의 임금과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2005년 노조가 신규 채용 근로자 임금의 절반 삭감과 2015년까지 파업 포기 등에 합의하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체이슨 교수는 "GM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상징적 존재였기에 GM의 몰락은 미국에 거대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트로이트.시카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