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를 맞는 6월 정국의 '시계'(視界)가 매우 흐릿하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겪으며 형성된 민심의 향방이 불투명한 국면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거센 '북풍'(北風)이 몰아치면서 한반도 정세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6.10 항쟁 22주년과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을 맞아 대규모 장외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노동계의 '하투'(夏鬪)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집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조문.북핵 정국에서 술렁였던 민심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지다.
여권은 사뭇 긴장하고 있다. 숨죽였던 민심이 각종 민감한 정치사회 일정과 맞물려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될 우려 때문이다. 개각 등 선제적 정국 수습론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청와대는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핵심 참모는 "국세청장이 장기 공석중인데다 검찰총장도 '박연차 게이트' 수사 이후 물러날 가능성이 있어 인사수요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예상보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의 한 핵심인사는 인적쇄신 등을 거론하면서 "우선 민심의 흐름을 보아야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야당이 요구하는 쇄신 내용들을 우리가 먼저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친이계 소장파 의원도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민심을 끌어안을 수 있는 수습책이 필요하다"며 "4.29 재보선 패배 이후 묻혔던 논의들이 제기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 쇄신특위의 활동이 쇄신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나 인적 쇄신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아직 신중하다. 지도부 인사들은 "현 정부 국정목표의 틀은 옳은 만큼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돌발 상황 때문에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거나 개각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
당 주요 관계자는 "북핵 문제가 생각보다 불안하고 수위가 높은 상황"이라며 "이런 때는 조급해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격앙된 국민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총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확실히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정세균 대표가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포문을 연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정권책임론을 제기하며 대통령 사과와 법무장관 및 검찰총장 경질,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및 검찰 과잉수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등을 요구할 전망이다. 장외로 나가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여야의 대치는 6월 국회 개회를 둘러싼 힘겨루기와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내달 8일부터 국회를 열어 의사당 안에서 6월 정국의 해법에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6월 국회 의사일정 자체를 현안과 연계하는 카드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회가 열리더라도 양측은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놓고 첨예하게 대치할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처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인데 반해 민주당은 'MB악법' 저지에 사활을 걸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북풍'도 6월 정국의 변수로 꼽힌다. 국지전 등이 발생해 안보 위기가 급고조되면 모든 현안을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 위기가 '포스트 조문정국'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여권에 정국 주도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통치력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