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국민적인 추모열기로 가득한 가운데 그제(25일) 생뚱맞게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아침부터 방송사마다 너도나도 특보가 시작됐습니다.
추모 열기를 취재하러 서울역에 머무르다 북한 핵실험 시민 반응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고 서울역 대합실로 향했습니다.
TV마다 사람들이 모여있긴 한데 당연히 특보를 예의주시하며 숨죽이고 보고 계실 줄 알았는데, 절반 이상은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팀 하이라이트를 보고 계신더군요.
(지상파가 모두 북한 핵실험 특보 중이라 노 전 대통령 서거 기사가 잠깐 묻혔습니다.)
일반적으로 고령일수록 북한 문제에 민감하기 마련인데 남녀노소 나이불문...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고 부담스러운 듯 이리저리 자리를 피하시는 분들에게 억지로 사정해 인터뷰 몇 마디 요청했습니다.
"국상 중인데 조문 오겠다는 사람들이 이러는 건 예의가 아니지."
"로켓 실험 할 때부터 2차 핵실험은 예견됐던 거 아니에요?"
"개성공단에 억류된 근로자 문제가 장기화 되겠어. 걱정이야."
기사 검색을 해보니 3년전 제가 똑 같은 기사를 썼더군요.
"시민들 다소 놀라는 분위기지만 사재기 현상도 없고 핵실험과 관련해 국민들 동요는 크지 않다."
이번에도 크게 놀라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현상을 두고 '안보불감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걱정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입니다.
초상집에 무슨 예의없는 행동이냐며 불쾌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가 만난 시민들은 북한의 핵실험의 의미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로 인해 바쁜 건 정부와 언론 뿐인 듯 합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미쳤다면 북핵 때문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 서거 때문일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시청률 추이를 봐도 북한 핵실험 기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10%의 시청률을 넘지 못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기사가 나오자 마자 5~6%씩 반등하기 시작합니다.
국민의 관심사가 어디에 향해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죠.
북한 핵실험은 국가적인 위기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언론사에서도 노 전 대통령 서거 기사보다 북한 문제에 비중을 둬 달라. 그것이 언론의 사명 아니냐.
오늘 만난 검찰 공안 관계자의 얘기입니다.
방송사가 시청률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사 가치는 시청자들이 판단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 문제는 국제적인 사안인만큼 충분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준비와 자세가 돼 있습니다.
그리고 핵실험의 본질이 '국제사회를 향한 무력시위'인지 '남한의 안보 위협'인지를 분석해 전달할 사명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장 기자가 느낀 시민들의 반응은 '북풍은 미풍'이었습니다.
단거리 미사일도 여러차례 쏘고 있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불안하고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국민들 관심은 이보다는 모레 예정된 노 전 대통령 영결식과 향후 정부의 반응에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