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폭력을 냉혹하게 스크린에 담은 어둡고 강렬한 영화들로 24일(현지시각)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영화인들은 "오늘만큼은 행복하다"며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상하고 잔인한 연쇄 범죄를 통해 파시즘을 다룬 '하얀 리본(White Ribbon)'으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미카엘 하네케(67) 감독은 24일 저녁 열린 시상식에서 "때때로 아내가 '당신은 행복하세요?'라는 여성스러운 질문을 던진다"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오늘은 대단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라고 기쁨을 표시했다.
남녀 주연상 역시 강렬한 배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다한 배우들에게 돌아갔으며, 이들은 자신에게 기회를 준 감독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화제작 '안티크라이스트(Antichrist)'에서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정신을 놓은 여성 역을 열연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프랑스 배우 샤를롯 갱스부르(37)는 "대단한 영광"이라며 "내 생애 가장 강렬했고 가장 고통스러웠으며 가장 흥분된 경험을 안겨준 폰 트리에 감독과 이 상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차대전 영화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Inglourious Basterds)'에서 나치 장교 한스 란다 역을 맡은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52)는 "이 상은 란다 대령과 그를 만들어낸 독창적인 창작자 타란티노 덕"이라며 타란티노에게 "당신이 나의 소명감을 되돌려 줬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흡혈귀가 된 신부에 관한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나는 창작의 고통을 모르며 창작의 즐거움만 안다"며 "두 편 흥행에 실패한 이후로 오랜 세월 영화를 못 찍었는데 세번째 영화 이후 지금까지 영화를 만든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부패 경찰과 매춘 조직에 관한 피 튀기는 영화 '키너테이(Kinatay)'로 감독상을 받은 필리핀의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은 "나의 첫 번째 비평가인 딸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칸<프랑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