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하루만에 보도해 앞으로 북한이 조전이나 조문단을 보낼까 주목된다.
중앙통신의 보도는 "내외신 보도"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짤막한 것이지만, 평소 속보 개념에 무딘 것과 달리 북한 기준에서 신속히 보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 경제공동체를 염두에 둔 10.4남북정상선언을 발표했으며, 노 전 대통령의 집권기간 대북송금 특검, 북한의 핵실험 등 몇차례 고비가 있었으나 남북간 화해협력이 크게 진전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단순보도 이외의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 입장에선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접견자"이고 북한이 6.15공동선언과 함께 남북관계의 금과옥조로 여기는 10.4선언에 김 위원장과 함께 공동서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금명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를 통해 노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시하고 조전을 보내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북한은 남북간 화해협력의 물꼬를 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별세 때도 신속하게 보도하고 유가족 등에게 조전을 보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2001년 3월 정주영 회장이 별세하자 바로 다음날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내 "북남사이의 화해와 협력, 민족 대단결과 통일애국 사업"에 기여했다고 애도했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와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도 잇달아 조전을 보내 "애국애족을 위한 사업에 공헌한 기업가"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이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 자살했을 때도 북측은 아태평화위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김윤규 당시 현대아산 사장에게, 민경련과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는 현대아산측에 각각 조전을 보내 "북남경제협력의 개척자"라고 말했다.
특히 정주영 회장 별세 때는 송호경(2004년 9월 사망) 당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 4명의 조문단이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조화를 앞세우고 서울 청운동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조문단을 보내려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정몽헌 회장 때는 대북송금 특검이 진행되던 와중이라 조문단을 파견하지는 않았지만, 금강산에서 송호경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를 가졌다.
북한의 조문단 파견을 점치는 측에선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때 김영삼 정부가 조문단의 방북을 불허했던 것을 북한이 두고두고 비난하는 것과 관련, 북한이 이와 대비시켜 '통 큰' 모습을 과시하려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또 북한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조문단 파견을 제의해올 가능성도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아직은 북한의 입장 표명이 없기 때문에 먼저 말하기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북측이 조문단 파견 입장을 보내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정부 관계자는 "가족장일 때에는 유가족의 의사가 중요하지만 국민장일 때에는 다르다"며 "국민장으로 정해져 정부의 입장이 중요한 만큼 이 문제가 미칠 영향을 여러모로 다각도로 검토해 정부가 신중히 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때도 북측은 경축사절 파견을 물밑제안했으나 새 정부측에선 북측의 의전요구 사항 등을 검토한 끝에 사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이 조문단 파견을 제의해올 경우 남한 내부 여론에 미칠 영향과 남북 당국간 접촉 기회 여부 등 여러 요인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남한 정부도 김용순(2003년), 연형묵(2005), 임동옥(2006), 백남순(2007) 사망 때 조의를 표했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도하면서 "내외신들은 그의 사망동기를 검찰의 압박수사에 의한 심리적 부담과 연관시켜 보도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앞으로 북한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공세의 소재로 삼을 것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