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의 핵심 당사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세종증권을 압수수색하며 '박연차 게이트'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후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 씨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하며 같은해 12월 1차전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약 3개월간의 숨고르기를 하며 수사팀을 재정비한 뒤 지난 3월17일 2차전을 시작했으며 다음달 초 노 전 대통령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사법처리한 이후 6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1차전' 노건평·박연차 구속 = 검찰이 지난해 11월19일 세종증권을 압수수색했을 때만 해도 '박연차 게이트'가 노 전 대통령까지 겨냥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검찰은 당시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고 휴켐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 중심으로 100억원대의 불법 자금이 오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2005∼2006년 건평 씨가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인 정화삼 씨 형제와 공모해 농협 측에 세종증권 매각을 청탁하고 인수가 성사된 이후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29억6천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밝혀내고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주식 차명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47억2천여만원과 홍콩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의 종합소득세 242억여원 등 총 290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 기소한 뒤 1차전을 마무리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박 전 회장이 전·현직 정관계 인사 등을 상대로 무차별로 금품을 살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박 전 회장의 로비 의혹은 2차전 몫으로 남겨뒀다.
◇'박연차 게이트' 1라운드 본격 착수 = 검찰은 지난 3월17일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을 전격 체포하며 2차전 1라운드의 포문을 열었다.
3개월 간 '휴식기'를 거친 검찰은 불과 보름 만에 송은복 전 김해시장,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이광재 민주당 의원, 박정규 전 민정수석 등 6명을 구속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후 검찰 수사는 박진 한나라당 의원과 서갑원 민주당 의원까지 소환하며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인사가 70여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관련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됐다.
이 와중에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새로 드러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이번 수사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盧 직접 겨냥한 2라운드 수사 = 4월 첫째주 정치인에 대한 추가 소환이나 체포 없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검찰은 박관용ㆍ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소환하며 2라운드 수사를 재개했다.
검찰은 당시 전직 정치인과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등 수사에 치중하겠다고 예고했지만 홍콩 사법당국에서 박 전 회장의 홍콩계좌 추적 결과가 들어오면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검찰은 이후 박 전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측에게 100만 달러를 전달했고 연 씨에게 보낸 500만 달러 역시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 씨 지배 하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의 실체를 알고 있었는지를 놓고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와 건호 씨, 연 씨를 줄줄이 소환하며 노 전 대통령을 '몸통'으로 지목했고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이후 검찰 수사는 4월30일 노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며 '절정'을 이뤘다.
◇천신일·盧 사법처리 예고한 3라운드 수사 = 3라운드 수사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과 '살아있는 권력'으로 꼽혔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였다.
특히 검찰 조사결과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까지 박 전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늦어도 5월 중순 전 노 전 대통령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던 검찰은 계획을 바꿔 다음주 권 여사를 조사한 뒤 다음달 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전 회장을 위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인 천 회장에 대한 조사도 마쳤으며 이날 중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다.
이밖에 검찰은 후(後)순위로 미뤄놓았던 전·현직 정관계인사를 소환한 뒤 6월 중순까지는 '박연차 게이트'의 대미를 장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정박지를 목전에 두고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