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의 평화시위구역으로 관심을 모았던 대전역 광장에 1년2개월만에 전경이 다시 배치될까.
대전지방경찰청은 민노총이 23일 오후 2시 대전역 광장에서 열 예정인 '박종태 열사 추모 및 노동탄압 규탄 결의대회'를 불허하기로 한 데 이어 전경 1∼2개 중대를 역 광장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역 광장에 전경이 배치되는 건 지난해 4월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경찰은 지난해 초까지 대전역 광장에서 집회가 열릴 경우 집회 참가자 100명당 전경 1개 중대를 광장 주변에 배치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이 광장을 주최측이 자율적으로 준법 집회를 여는 평화시위구역으로 선포하고, 그후로는 주최측이 사전에 평화적 집회를 약속하면 전경을 배치하지 않았다.
주최측이 참가자 20명당 1명꼴로 질서유지인을 임명하고 자유롭게 집회를 하면 경찰은 주최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사안에 따라 교통경찰을 배치해 주변 혼잡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조치만 취한 것이다.
대전경찰청이 이처럼 전국에서 처음으로 평화시위구역을 운영하게 된 데에는 2006년 11월22일 충남도청 앞 한미 FTA 반대집회 도중 횃불을 던져 향나무 190그루를 태우고 경찰과 집회참가자 일부가 다친 사태로 폭력시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인 뒤로는 대전에서 과격한 시위가 거의 사라진 것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지난 16일 대전에서 열린 민노총 집회가 폭력 시위로 번지며 경찰 104명과 민노총 조합원 50명이 다치고 경찰버스를 비롯한 차량 99대의 유리창이 깨지는 등 사태가 빚어지자 "민노총이 주최하는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23일 집회를 불허한데 이어 전경 배치를 고민하는 것이다.
'폭력시위가 우려되는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정부 입장이 경찰의 이 같은 방침 선회에 영향을 준 것은 물론이다.
경찰은 다만 집회를 원천 봉쇄하려다 보면 다시 16일과 같은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보고 집회 진행을 억지로 막지는 않되 불법 행위자는 현장에서 검거하고, 채증 작업도 벌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전역 광장은 1987년 6.10 민주항쟁 당시 시위대가 버스를 탈취해 진압부대로 돌진해 전경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친 참극이 발생한 장소"라며 "과거의 아픔을 딛고 평화적 집회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1년여 만에 전경 배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