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상황을 놓고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불과 한두달전만해도 '북풍한설'이었는데, 벌써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이후 우리 경제를 괴롭혔던 경기 침체가 끝난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점차 힘을 얻는 형국이다. 최근 나오는 몇몇 통계나 기업인들에게 체감경기를 물어보는 지표에서도 희망을 갖게 하는 결과가 나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경제수장인 윤증현 장관은 유독 '낙관론을 경계하자'고 목청을 돋운다. 일부 경제연구소들도 경기 낙관론에 대해 애써 폄하하려는 움직임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경기가 어떻게 돼가고 있다는 말인가?
논란의 핵심은 역시 '경기저점'이다.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 저점을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뉜다. 요즘 경기 회복론을 말할 때 많이 쓰는 기준이 전분기 대비 성장률 비교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무려 -5.1%에 달하는 큰폭의 하락세였다. 그런데, 올 1분기 수치를 내놓고 보니, 해석이 분분해지는 상황이 나타났다.
공식적인 수치는 0.1% 성장이다. 플러스 성장이다. 말이 0.1%지, 실제로는 0.051%다. 한은이 소숫점 두자리에서 반올림하는 것을 보면 불과 0.002%포인트 차로 0%가 아닌 0.1%가 된 것이다. 그나마 이 수치는 잠정치에서 추후 확정치 산정 과정에서 다시 0%로 떨어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경기저점을 논할 때 이런 수치상의 논란은 문제가 안될 듯 싶다. 전분기 대비해 플러스를 돌아서면, 해당 분기를 경기저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가 마이너스고 올 1분기가 0%든, 0.1%든 플러스로 돌아섰다면 1분기가 저점이 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그렇고, 한국은행도 그렇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남은 3분기 동안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를 보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기준대로라면 우리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결론을 내리기에는 그리 녹록치 않은 데, 경기 저점을 판단하는 다른 주장들 때문이다. 저점을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으로 잠재성장률 도달 수준을 비교하는 방식이 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해도 통상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을 4~5% 수준으로 봤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경기 침체와 수출시장 축소의 고착화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잠재성장률은 다소 훼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기 저점은 아직도 요원하다. KDI 전망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내년 상반기에는 3.5%, 하반기에는 3.9% 수준의 성장을 회복할 수 있다. 그쯤돼야 경기가 본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첫번째 기준에 비해서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저점을 평가하는 세번째 방식이다. 하루하루를 앞날을 바라보며 살아야하는 우리 시각으로는 다소 한가할 수 있지만 '저점이나 정점은 지나봐야 안다'는 시각이다. 보통 조직화된 평가위원회가 2~3년이 지난 시점에서 경기를 판단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통계청에 경기평가위원회가 있어, 2~3년 전 상황에서 경기를 평가한다. 그런데, 그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경기는 아직 고점이 찍히지 않았다. 경기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하지만 금융위기라는 외부충격이 오기전에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그렇게 폄하할 수 만은 없을 듯 싶다. '그놈'의 미국발 서브프라임만 없었다면 우리 경제가 이리 어려움을 겪고 있었겠는가?
이 주장에 힘을 보태는 게, 경기침체에 대한 평가기준이다. 미국 연방 경제조사국(National Bureau of conomic Research)은 경기침체를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 경기침체에 들어섰다고 본다. 어라!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마이너스를 보인 게 지난해 4분기 불과 한분기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에는 플러스 0.1% 성장으로 돌아섰다. NBER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는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 않은 것이다.
경기저점에 대한 논란은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지만, '어떻게 지금보다 나은 상황을 만느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앞으로 닥칠 또다른 어려움에도 이겨나갈 체질을 갖추는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의 시작점은 미국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번진 금융위기다. 그 외부충격을 우리 경제가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잘 이겨내고 있다고? 오산이다. 1분기에 운좋게 플러스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환율 덕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달러화를 회수해가는 외국인들 덕에 원화가 약세를 보였고, 그게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됐던 것이다. 그런 '운'을 겪지 못한 일본은 어려움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비슷한 수출 중심국인 싱가포르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금융위기'는 우리 경제의 목숨까지 앗아갈 정도로 위중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경고는 됐다.
주변의 친구가 암으로 목숨을 내놓을 위기에 처하면, 자신도 종합건강검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도 건강검진을 해봤고, 그 결과는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게 나왔다. 체력을 어서 기르지 않으면, 외부로부 또 충격이 오면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을 정도다.
윤증현 장관이 낙관론을 경계하는 발언을 자꾸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