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활을 접고 오십 넘어 전업작가로 변신한 뒤 장편 '칼의 노래'로 세상을 놀라게 한 김훈 씨.
장편 남한산성에 이르기까지 내놓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소설과 에세이로 늘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김훈 작가를 만나기 위해 일산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이혜승/아나운서 : 칠판에는 뭘 쓰신 건가요?]
[김훈/작가 : 이건 '날마다 반드시 새로워지지 못하는 자는 날마다 반드시 후퇴한다' 에요. 나는 요새 뒷 문장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이 아래. 반드시 날마다 새로워지지 못해서 반드시 날마다 후퇴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기자에서 소설가로 36년째 글을 쓰고 있지만 단어 하나 토씨 한자 예사로 넘기지 않습니다.
[이혜승/아나운서 : 돋보기도 굉장히 많아요 보니까.]
[김훈/작가 : 사전에 글자가 작아서 안경을 써도 안보이니까, 이렇게 볼 수밖에. 이렇게 잘 보여요. 보세요.]
그는 컴퓨터와 등진 채 살아온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런 그가 인터넷을 통한 소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혜승/아나운서 : 인터넷 연재를 두고,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김훈/작가 : 인터넷이 대중과의 소통을 소통의 길을 열어준다는 것은 참 바람직한 것인데, 그렇게 즉각적이고 그렇게 동시다발적인 반응들을 한꺼번에 쏟아낸다는 것은 참 보기에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이혜승/아나운서 : 그럼 댓글 같은 거 달린 것도 혹시.]
[김훈/작가 : 안 보죠. 안 봤죠. 거기 무슨 말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내가 뭐 신경 쓸 필요는 없죠.]
이달부터 인터넷으로 일주일에 다섯 번씩 올리는 소설 '공무도하'.
암울했던 70~80년대, 캄캄한 절망과 대적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젊은 사건 기자의 눈을 통해 풀어가고 있습니다.
[김훈/작가 : 강을 건너서 저쪽 세계로 가지 못하는 자들이 이 더러운 세상에 주저앉아서 지지고 볶고 싸우고 물고 뜯고 할퀴고, 이러면서 살아가는 온갖 잡인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밥을 벌어먹는 것이 그 안의 많은 또 억압과 모순과 그런 것들이 있는 거잖아요. 싸워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사람의 사는 모습이겠죠. 내 얘기 참 저속하죠?]
그는 여전히 원고지에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소설을 쓴 뒤 원고를 출판사로 보내 인터넷에 올립니다.
[김훈/작가 : 글을 쓰는 건 몸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돼요. 도자기 질그릇을 만들어 내듯이 이렇게 몸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연필은 참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좋은 도구죠.]
김훈 작가의 몸과 생각을 연결하는 것이 연필이라면 그와 세상을 소통시키는 것은 자전거입니다.
자전거 풍륜을 몰며 곳곳에 당도해 마주하는 쾌감을 탁월한 미문으로 전해주는 작가 김훈.
하지만 그가 자전거를 처음 만난 것은 불과 10년 전.
[김훈/작가 : 이걸 모르게 50년을 헛살았구나. 막 좋아서 몸에서 소리가 끌어올라요. 소리를 지르고 싶어.]
[김훈/작가 : (자전거 핸들의) 가운데는 한손으로 잡으세요. 그러면 자전거가 완전히 컨트롤이 돼요.] 편하죠?]
손으로 글 쓰고 팔, 다리로 움직이는 것이 갈수록 필요 없어지는 디지털 시대.
그럼에도 그는 온몸으로 세상과 마주하기를 고집합니다.
[이혜승/아나운서 :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요?]
[김훈/작가 : 이걸 타면 자기 몸이 길하고 딱 쓸리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봄에는 흙이 부풀잖아. 푹신푹신해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필치로 다음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김훈 작가.
앞으로도 세상과 대세를 거스르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디지털시대의 독자를 매혹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