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의 한 축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천 회장에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논란이 분분하다.
검찰이 살펴보는 천 회장의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등 2가지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한 천 회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고 국세청 고위층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게 검찰 수사의 큰 줄기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탈루했다는 혐의가 부수적으로 따라붙고 있다.
천 회장의 알선수재죄를 구성하려면 그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았다는 진술과 이 청탁의 대가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는 금품이나 이익의 수수 사실이 필요하다.
검찰은 이를 위해 천 회장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통화 내역, 천 회장의 주식거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천 회장의 기업 인수와 경영권 확보, 지분 증여 과정에서 박 회장이 도움을 줬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는 있다.
하지만 검찰이 천 회장을 실제 알선수재 혐의로 형사처벌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두 사람이 `의형제'로 불릴 만큼 친밀한 관계여서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의 이익을 위해 구체적인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고 차명을 제공하는 등 편법이지만 `호의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박 전 회장이 이런 간접적인 도움을 제공한 시기는 2003∼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지난해 8∼11월로 시간 차가 크다.
천 회장이 정관계에 두루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어서 박 전 회장이 막연한 기대로 `보험'을 드는 차원에서 이익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엮어 알선수재죄를 적용하기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세무조사 시기에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에게 도움을 집중했다는 새로운 정황을 찾아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아울러 박 전 회장에게 "세무조사 등에 대비해 천 회장을 도왔다"라는 식의 청탁 사실을 입증하는 진술도 얻어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론스타의 돈을 받고 대정부 로비를 한 혐의로 기소된 하종선 전 현대해상 대표에 대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알선수재죄를 구성하려면 금품 제공자가 청탁을 했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이 법정에서도 입증된 셈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도 13일 "알선수재란 구체적인 청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돈을 받는 것은 법률적으로 (죄를 묻기) 어렵다"며 고민을 내비쳤다.
특정 사안에 대한 청탁을 받진 않았지만 대통령의 직무영역이 광범위하다는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한 것처럼 천 회장을 기소하려면 `포괄적 알선수재죄'를 신설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검찰의 수사는 세무조사 이전에 주식거래에서 발생한 천 회장의 이익과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어떤 법리로 연관지을 것인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는 그저 현 정권의 측근 기업인의 조세포탈 수사로 그치게 돼 말 그대로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란 지적을 받을 공산도 크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