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를 함께 쓴 일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와 쓰지 히토나리가 나란히 한국을 찾았다.
두 번째 공동 집필 소설 '좌안'ㆍ'우안'(소담출판사 펴냄)의 국내 출간과 서울국제도서전 일본 주빈국 행사에 맞춰 방한한 이들은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소설과 자신들의 문학세계를 소개했다.
이미 여러 차례 방한한 적 있는 쓰지 히토나리가 먼저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습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했고 공식 방한이 처음인 에쿠니 가오리도 "항상 오고 싶었던 한국에 마침내 오게돼서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에쿠니가 쓴 '좌안(左岸)-마리 이야기'와 쓰지가 쓴 '우안(右岸)-큐 이야기'는 두 작가가 6년에 걸쳐 함께 연재한 소설이다. 옆집에 살면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마리와 큐의 50년에 걸친 인생 이야기를 각각 풀어냈다.
"'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 에쿠니와 만나 러브 스토리가 아닌 더 장기적인 인생 이야기를 함께 만들 수 없을까 이야기했습니다. 그 결과물인 이 소설에서는 한 사람의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만남과 헤어짐, 교류를 소설로 풀어내려했습니다"(쓰지)
"두 주인공이 유년기를 공유했다는 것이 이 소설의 큰 테마입니다. 나이를 먹더라도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항상 서로가 있죠. 마리와 큐는 각각 강 왼쪽과 오른쪽에 있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강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걸어갑니다. 늘 붙어 있지는 않지만 옆을 돌아보면 항상 상대방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에쿠니)
각자의 작품활동을 통해서도 탄탄한 입지를 굳힌 두 작가가 함께 소설을 쓴다는 것이 말처럼 수월한 작업은 아니지만 이들은 공동 작업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에쿠니는 "공동집필은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없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단점이 많은 작업인데 쓰지와 함께하면서는 단점이 없었다"며 "소설을 쓸 때는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작업이 중요한데 쓰지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쓰지 역시 "공동집필은 한쪽 손을 묶어놓고 야구를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상대에게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가령 나는 직구로 던졌는데 상대가 변화구로 돌려줘서 단조로운 캐치볼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식"이라고 표현했다.
두 번이나 호흡을 맞춘 상대에 대해 에쿠니는 "그가 절대 그의 문학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기에 든든한 파트너"라고 말했으며, 쓰지는 "둘 다 비주류 작가로서 출발해 비슷한 길을 걸어온 신뢰할 수 있는 문학적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번 방한 중 에쿠니는 소설가 정이현과, 쓰지는 함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쓰기도 한 공지영과 대담이 예정돼 있으며 14일에는 문학 콘서트를 통해 독자들과 만난다.
이에 앞서 12일에는 쓰지가 연세대에서 윤동주 시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쓰지는 "윤동주 시인은 다른 시인들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시인"이라며 "그의 휴머니즘과 박애정신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윤동주"라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