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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 "한국작가 노벨상 수상은 당연"

"서울 배경 단편 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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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한국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가능한 것을 넘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는 처음으로 이달 초 방한해 이화여대 기숙사에 머물고 있는 작가는 12일 서울 내수동 교보문고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돼서 너무 기쁘다"며 한국과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표현으로 말문을 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기자회견 이후 여러 기자를 한꺼번에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는 작가는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을 쓰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르 클레지오는 이달 28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13일 이화여대에서 '여성과 문학이 세계화 시대의 희망'이라는 요지로 강연하고 이어 22일에는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행복'을 주제로 한 강연과 낭독, 독자들과의 대화 등을 가질 예정이다.

다음은 르 클레지오와의 일문일답.

--한국에 대한 애정을 많이 표현했다.

▲2001년 대산문화재단의 초청으로 처음 왔을 때 서울 사람들의 모습과 삶, 한국의 문화, 도시의 아름다움에 대해 관찰할 기회를 가졌다. 한국 사람들이 유머도 많고 창조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그때 좋은 인상을 받은 후 이후에도 기회 될 때마다 한국을 다시 찾아 한국문화를 알게 됐고 한글을 익히게 됐다. 이제는 혼자 택시와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할 수도 있다. 서울뿐 아니라 논밭의 민들레꽃, 아름다운 산 등 농촌의 풍광도 좋아한다.

한국문화와 프랑스문화 사이에는 많은 유사성이 있다. 두 문화 모두 오래된 전통문화이고 나름대로 뛰어난 독창성을 간직하고 있다. 또 두 나라 모두 전쟁과 식민지의 아픔을 갖고 있다. 공통적인 어려움이야말로 문화적 유사성을 생겨나게 한다. 한국에 오면 프랑스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당연하다고 본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을 위해 스웨덴 한림원을 방문했을 때 많은 사람이 한국과 한국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 말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작품을 읽은 작가 중에서나, 읽지 못한 작가 중에서도 훌륭한 분들은 너무나 많다. 아나톨리 김 같이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작가나 외국에 많이 소개된 황석영, 내가 좋아하는 이승우 등 여러 작가가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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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여행을 하기보다는 계속 이화여대 기숙사에 머물면서 집필에 집중하고 있다. 조용하고 한적해서 글쓰기에는 적절한 장소다. 눈을 들면 벽도, 창밖도 너무 하얘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수도자의 은신처'라고 부르고 있다. 학생들이 잠을 자는 아침 일찍 몇 시간 동안 주로 작업하고 이후에는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작고 오래된 골목길을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강연 주제가 '행복'과 '문학이 세계화 시대의 희망'인데.

▲근본적으로 행복은 하찮은 것들이 모여서 된다고 생각하지 중요하고 엄청난 관념이 행복을 구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은 내가 지금 쓰는 단편의 주제이기도 하다. 단편의 배경은 서울이다. 문학적인 주제로서 행복을 다루고 싶다.

아울러 지금 많은 나라에서 분쟁이 진행 중인데 평화를 얻는 데에 문학이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주는 교훈은 사람들이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교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이야말로 이 교류의 적절한 장이다. 세계 도처에서 분쟁이 진행 중인 이유는 일부 문화권이 다른 문화권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다른 문화에 관심을 둘 때 전쟁이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문화는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문화라고 들었다. 역사적인 배경 때문인지 한국 문학작품에는 많은 폭력의 증거가 등장하지만 방식이 달랐을 뿐이지 근본적으로는 평화를 추구하는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동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전후에 어린 시절 보내면서 동화책이 없어서 성인 책을 읽으면서 자랐다. 성인이 되니까 오히려 아동용 책이 읽고 싶어졌다. 아동책의 언어가 좀 더 단순하다든가 모티브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부분은 있지만 성인과 아동은 그렇게 다를 바가 없다. 성인과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교류해야 하고, 그것은 성인의 역할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일단 작가라고 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제가 어떤 것이든 간에 평생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글만 쓰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이후에도 이러한 작가로서의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다. 다만 이번 방한처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이, 또 쉽게 주어지게 됐다는 점은 달라진 점이다. 또 빚이 조금 있었는데 노벨문학상 상금으로 조금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웃음)

--주된 문학적 관심사는 무엇인가.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오늘날의 내가 되기까지의 영향을 미친 요소에 물론 관심이 있다. 나는 작가는 한 시대의 증인이거나 한 시대의 메아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종종 말하는데, 그것은 작가가 한 시대가 가진 문제에 대해 해결책 제시하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야기와 등장인물, 상황 등을 통해 한 시대가 겪는 어려움과 절망, 희망 등을 표현해주면서 그 시대가 어떤 모양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람일 뿐이다. 나이지리아 작가 소잉카는 소설의 메시지는 뭐냐는 질문에 "내 작품들은 어떤 병에 대해 약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두통거리"라고 답했다. 작가들은 감수성을 갖고 주변을 관찰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많은 문제에 대해 질문과 의구심을 던지게 함으로써 두통을 주는 사람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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