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어린이집 여교사가 실종된 뒤 피살된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째를 맞았지만 경찰이 용의자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남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11일 제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제주시 오라3동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이모(27) 씨가 실종된 뒤 공개 수사를 벌였으나 이 씨는 일주일 만인 8일 애월읍 애월리 고내봉 인근 도로 배수로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 시신 주변에서 수거한 담배꽁초 등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DNA)를 확보, 도내 운송업계 종사자 등을 상대로 유전자 대조작업을 벌이며 수사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직후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겼거나, 퇴사 또는 전직한 운수업계 종사자를 중심으로 그들이 운전했던 차량에서 발견된 모발과 자동차 시트커버, 컵과 장갑 등을 국과수로 보내 감정을 의뢰하는 등 용의자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경찰은 그러나 이미 450여명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끝냈지만 아직까지도 현장에서 확보한 유전자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이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조사한 끝에 사건 당일 행적이 의심되는 40대 택시기사 A 씨로부터 '거짓 반응'이란 결과를 얻어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 보였다.
경찰은 당초 A 씨의 차량이 피살 여교사의 실종 당일인 1일 여교사가 남자친구를 만났던 제주시 용담2동에서, 숨진채 발견된 고내봉까지의 가장 유력한 이동경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에 찍힌 데다 A 씨가 용담동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나자 용의점을 두고 집중적으로 수사해 왔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한 유전자와 A 씨의 것이 일치하지 않는 등 객관적 증거가 없고 본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유력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와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의 유전자를 대조해 보는 수준의 수사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에 하나 경찰이 확보한 유전자가 범행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의 것이라면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단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또 이 씨의 부검에 참여한 제주대 의대 강현욱 교수는 부검 직후 "실종 후 바로 사망한 게 아니라 최근, 즉 발견 시점에서 불과 1-2일 전에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경찰은 강 교수의 의견을 일축하고 당일 사망했다고 주장해 애초부터 수사의 방향이 잘못 설정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수사를 맡고 있는 제주 서부경찰서 문영근 형사과장은 "수사는 계속하고 있지만 딱히 진척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고 밝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실토했다.
문 과장은 "사건 당일 이 씨가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도내 전체 택시 5천600대 중 용의점이 확인되지 않은 차량이 3천대 정도 남아있다"며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유전자 중 500여명 분이 차례로 감정이 끝나는 이번 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벽 시간 인적이 드문 노상에서 발생한 사건인 데다 이동거리가 길고 폐쇄회로(CC)TV 화면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사건해결이 더뎌지고 있다"며 "당초 지목했던 차종이나 차량색상 이외의 다른 차량까지도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수사계획을 설명했다.
(제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