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에 동물원이 생긴 지 1백년이 됐습니다. 서울 대공원 동물원은 여의도 크기의 3배가 넘는 아시아 최대 규모입니다.
정연 기자가 동물원 1백년을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1909년 11월, 서울 창경궁에 난데없이 동물 우리가 들어섰습니다.
조선 왕실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려는 일제의 의도로 강제로 만든 겁니다.
불행히도 이것이 우리나라 동물원의 시초가 됐습니다.
하지만 일제를 거쳐 이렇다할 구경거리가 없던 50년대 70년대에 이르기까지.
창경원은 어른이나 어린이에게나 최고의 볼거리였습니다.
50년 넘게 동물원에서 근무한 오창영 옹.
[오창영 : 기린이 아주 순한 동물이에요.]
오옹은 1956년,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돼버린 창경원 재건사업에 참여하면서 동물원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첫 출근하던 날 창경원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오창영 : 2차 대전 말기에 쇠붙이 같은 거 긁어 모아 가느라고 무기만든다고 그래서 동물 우리 뜯고 , 6.25 사변이 나서 더군다나 허물어졌으니 그 험한 상태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창경원 개원 60주년이 되던 1969년 ,
[오장영 :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같은 유인원을 처음 들여오기 시작했어요. 이듬해 71년에 기린 한쌍이 들어오게 된겁니다.]
창경궁을 본래의 왕궁으로 복원하는 사업이 시작되면서 ,1984년 동물들은 창경원에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동물원이 생긴지 올해로 1백년.
부지면에서 아시아 최대로 성장한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이 달부터 '서울동물원' 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예전에는 동물원에서 일한다고 하면 동물 먹이 주고 배설물 치우는 사람 정도로 인식했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조련사 서완범 씨.
이 곳에서 일하기 위해 25대 1의 경쟁률을 뚫었습니다.
[서완범/서울동물원 조련사 : 동물을 좋아해서 무작정 왔는데 동물과 함께 하는데 사람들이 박수까지 쳐줘요. 얼마나 좋은 직업이예요.]
[ 저건 어떤 표시죠?]
[서완범/서울동물원 조련사 : 계속 공 가지고 놀아달라고. 동물도 사람을 알아봐요. 예뻐해주고 하면 애들이 그때부터 저 자신을 차츰 알아보죠. 이 사람이 날 좋아하는구나. 나한테 사료를 주는구나.]
요즘 동물원에서는 동물들 삶의 질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올해 103살인 갈라파고스 코끼리 거북이.
같이 살던 거북이가 죽고 나서 식음을 전폐했습니다.
하지만 너구리과의 3살난 붉은 코아티들과 함께 살면서부터 거북이는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박유록/담당 사육사 : 할아버지와 손자하고 노는 거 같이. 103살과 3살. 쉽게 말하면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그런 마음하고 똑같죠.]
또 동물원에서만 살다보면 야생 본능을 잃어버리기 마련.
먹이를 스스로 찾도록 해 야생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한국 동물원 역사 1백년,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동물원에 딱 한마리 남아있던 북극곰이 지난해 죽었고, 세계적인 희귀종 로랜드 고릴라 한 쌍은 수컷이 나이가 너무 많아 번식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예산 부족 등으로 시설을 새로 짓거나 고치지 못하다 보니 동남아시아 동물원 협회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원효/서울대공원 소장 : 유인원관은 가장 1순위로 고쳤으면 좋겠다. 과거 20년전만 하더라도 그 유인원관이 그래도 앞서있던 시설이었어요. 우리는 20년전의 그런 동물원으로 남아있는거죠.]
동물원 역사 1백년.
이제는 국민의 사랑을 받고 동물들이 더 살기 좋은 세계 수준의 동물원이 되도록 힘을 모아야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