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걸었다. 목발을 움켜쥔 손이 떨리고 숨이 차올랐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9일 런던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런던마라톤 결승선.
목발에 의지한 한 선수가 결승선을 향해 마지막 걸음을 내디뎠다.
장장 14일에 걸쳐 런던마라톤을 완주한 주인공은 필 파커 소령. 다른 참가선수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굴하지 않고 홀로 레이스를 마친 그에게 수 백명의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올해 36살인 파커는 지난해 2월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에서 로켓 공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의사들은 그가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파커는 불굴의 의지와 재활 노력으로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목발을 짚고 런던마라톤에 참가했다. 목발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 불과 한달만이었다.
보스니아, 코소보, 북아일랜드에서 군 복무한 그는 마라톤 완주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전 세계 곳곳에서 부상해 불구가 됐거나 목숨을 잃은 동료 군인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그가 런던마라톤에 참가한 것도 자신과 같은 상이군인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모금된 돈은 63만파운드에 이른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일 년 전 나는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 감사할 게 너무 많다. (나를 치료해준) 병원과 영국군, 나는 그들 덕분에 걸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런던마라톤에 참가한 파커는 매일 2마일(3.2km)씩 걸었다.
앞서 달리던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고 모두 집으로 돌아갔지만 파커는 혼자가 아니었다.
마라톤 레이스마다 시민들이 그와 함께 했다.
그는 "나는 5만2천400 걸음을 걸었으며, 학교 급식 담당 아주머니, 택시 기사, 경찰관 등 사람들은 내가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나와 함께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스 중 자신보다 더 심한 부상을 입은 많은 이들과 만났다면서 "나는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감사했다.
런던마라톤을 완주한 파커의 도전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그는 다음달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바위산 '엘 카피탄'에 오를 계획이라고 영국 타임스 인터넷판이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