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맡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가 이번 달부터 본격화하는 피고인들의 공판과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동시에 맡아야 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수사하며 후(後) 순위로 미뤄 놓았던 정ㆍ관계 로비 의혹 규명을 이번 주 중반부터 시작해 3라운드 수사의 첫 페이지로 꾸밀 방침이다.
또 이미 지난해 말 구속기소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회장, 정화삼씨 형제 등의 재판이 한창인데 이어 1라운드 수사로 구속기소된 6명의 인사에 대한 첫 공판이 지난주 처음 열렸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기소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지난 50일 동안 로비 의혹 규명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검찰 입장에서 공소제기 및 유지라는 새로운 과제가 생기면서 정신적, 육체적인 `피로감'이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검찰은 공휴일이자 어린이날인 5일 하루는 권양숙 여사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 모든 수사에서 손을 놓고 수사팀 전원이 `공식 휴무'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 정ㆍ관계 인사는 검찰행(行) =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는다고 해도 본격적으로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즉, 조만간 박 회장 로비 대상자가 검찰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말이다.
검찰은 특히 중수1과에서 노 전 대통령 주변 의혹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중수2ㆍ3과 등에서는 기타 로비 의혹 수사를 진행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3라운드 수사의 핵심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현직 국회의원 로비 의혹 ▲전직 국회의장과 전ㆍ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및 검찰ㆍ경찰 상대 로비 의혹 등이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란 점에서 새로 전개될 수사의 핵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검찰은 또 최근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했는데 천 회장은 김 전 청장과 함께 박 회장 세무조사 무마를 위한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천 회장과 김 전 청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5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남에 따라 잠정적으로 중단됐던 현역 의원 조사도 재시동을 거는 한편 전ㆍ현직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밖에 검찰ㆍ경찰ㆍ법원 관계자와 국가정보원 최고위급 인사 등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과 박 회장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간 거래 관계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 피고인·검사는 법정행(行) = 2라운드 수사에 따라 구속기소된 피고인을 비롯해 5월에는 `박연차 게이트'의 무게 중심이 법정으로 대폭 이동한다.
우선 송은복 전 김해시장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이광재 의원은 공소사실에 포함된 돈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첫 공판에서 수수 자체를 부인한 바 있어 사실 관계 입증을 위한 팽팽한 증인 신문이 예상된다.
피고인은 검찰의 기소 혐의 자체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는 터라 억울하다는 입장이고 검찰이 보기에는 수사 내용과 결과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
박 회장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수수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어 그나마 다툼이 덜한 편이지만 변호인이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이를 깨뜨리기 위한 법리를 개발해야 한다.
검찰은 무엇보다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유지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신병처리 형식과 별개로 기소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순서인데 만약 유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정치 수사'라는 역풍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것.
아울러 오는 8일 구속 만기가 되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재판에 넘겨야 하고, 그의 혐의가 노 전 대통령과 긴밀하게 연관된 만큼 법정 진술 하나하나에 검찰의 신경이 곤두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혐의를 인정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차관은 이르면 이달 말까지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세종증권 인수 청탁을 하고 거액을 받은 혐의로 작년에 기소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 씨의 선고가 14일 예정돼 있어 검찰 수사의 `결실'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수사의 특성상 검찰이 중심이 됐지만 일단 기소가 이뤄지면 공개주의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형사재판의 흐름에 맞춰야 하는 만큼 검찰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수사와 재판,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할 검찰에게도 4월은 물론 5월도 `잔인한 달'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