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 이외에 다른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4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2007년 6월29일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박 회장 측에서 받아 대통령 관저에 전달한 100만 달러와 2008년 2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는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돈으로 보고 있다.
100만 달러와 관련해 검찰은 돈이 건네지기 직전 정 전 비서관이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에게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가 옮길만한 미국 내 거처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했던 사실을 확인, 김 전 원장을 최근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정 전 비서관이 국정원장에게 건호씨와 관련해 부탁한 점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에게 주려니 100만 달러를 마련해 달라'고 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정황증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100만 달러가 건호씨의 유학 생활비 등으로 사용됐다고 보고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돈을 받은 다음 날 직접 이 돈을 갖고 출국해 건호씨에게 전달했거나 돈을 빌려 건호씨에게 차명으로 송금하고 100만 달러로 이를 갚았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김 전 원장에게 부탁을 하고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고 결론 내기에는 딱 떨어지지 않는다.
`권 여사가 100만 달러를 빌려썼고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는 기존 주장대로 권 여사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김 전 원장에게 부탁했다는 해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가족의 사생활에 국정원을 동원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대통령 아들을 경호도 하는 마당에 해외 체류를 도와주는 차원에서 집을 알아봐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반대 시각도 있다.
아울러 500만 달러와 관련해 검찰은 작년 1월 노 전 대통령이 개발한 인맥관리 프로그램인 `노하우2000'이 저장된 노트북이 대통령 관저에서 건호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오르고스사에 전해졌다가 한 달 뒤 관저로 되돌려 보내진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노트북이 개인 물품인데다 대통령 관저에서 나와 다시 관저로 돌아간 점에 비춰 노 전 대통령이 건호씨의 부탁을 받고 보낸 것으로 보고, "`애들(건호ㆍ연씨)을 도와주라'는 노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50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건호 씨가 해당 프로그램을 전해받았다는 이유로 노 전 대통령이 500만 달러가 송금된 점과 이를 종자돈으로 한 사업 내용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건호씨는 노하우2000 프로그램을 원래 갖고 있었고, 이 프로그램이 `윈도98'에서만 구동되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실 부속실에 부탁, 노트북에 윈도98을 저장해서 건네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만복 전 원장 및 노트북의 존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여러가지 증거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