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폭력 시위가 밤늦게까지 벌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과격한 시위문화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2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하이서울 페스티벌' 봄축제 개막행사가 시위대의 단상 점거로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일부에서 돌멩이와 인화성 물질이 시위도구로 다시 등장하면서 폭력에 의존하는 시위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력이 상존하는 후진적 시위문화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각종 시위에 경찰을 앞세운 강압적인 대응보다는 거리의 요구를 유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소통 중심의 국정운영도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축제방해, 이건 아니다" = 2일 거리 시위대의 식장 점거 사태로 시민의 잔치이자 국제적인 축제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개막행사가 무산되면서 폭력적인 시위 문화가 또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과거 시위대의 폭력양상은 부분적으로 경찰 진압에 대한 반사작용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촛불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일부 시위대가 보여준 모습은 민주사회에서 용인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평범한 시민이 즐기는 자리가 돼야 할 주말 도심 속의 축제를 무산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때에 수도 한복판에서 대규모 폭력시위가 연출돼 국가 이미지도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는 경제회복이 간절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봄축제 개막행사가 무산돼 직접적으로 3억7천여만원의 피해를 보고, 도시 이미지 실추와 브랜드 손상 등을 고려한 간접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4일 "올림픽 등 대규모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개막식이고 축제에서 개막식이 취소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일이 외국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외국인들에게 `서울이 불안하다'는 인식을 심어줘 관광객 감소 등에 따른 간접 피해액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시위에 대처하는 경찰에도 문제는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집회를 불허하고 거리 목소리마저 경찰력을 동원해 누르려다 보니 시위대의 불만이 폭력적으로 표출되는 악순환 구조가 깨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반정부 정책'을 외치는 집회를 모두 불법시위로 규정해 꽁꽁 묶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불법 시위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위문화 바뀌어야" vs "따뜻한 법치 필요" = 전문가들은 진보나 보수를 막론하고 없어질 만하면 되살아나는 불법 폭력시위문화를 이젠 정말 사라져야 할 후진적 거리문화라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집회 요구사항에 대중이 공감해도 법테두리 망을 넘어선 불법 행동은 누구의 동의도 얻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집회는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참여민주주의의 속성을 갖지만, 공공에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거리시위대의 진정성이 살아 꿈틀거리려면 법을 지키며 자신들의 행동을 절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도 "축제를 즐기는 것도 집회하는 것과 똑같은 시민의 권리"라면서 "자신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는 생각을 못하는 행동은 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집회 의도가 순수했다 하더라도 결과가 폭력으로 얼룩지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거리 집회에 경찰을 위시해 권위적으로 대응하는 정부의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사회 운동이라는 것은 소통에 대한 갈망, 요구가 표출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정부가 강압적인 대응보다는 소통 중심으로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한다"며 현 정부에 소통과 공존할 수 있는 따뜻한 법치를 펼 것을 주문했다.
성공회대 조현연 교수도 "물론 집회나 시위에서 고쳐질 부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집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 했던 정부가 겸허히 반성해야할 부분이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가 무조건 잘못됐다는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